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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It Yourself

FRP 로봇몸체 제작기 2

FRP 로봇몸체 제작기 1을 쓴지 거의 3달이 지났다. 당시에는 다음날 쓰려는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빨리 가는건지 내가 게으른 건지 --;;

FRP 작업의 단계인 원형제작 - 몰드제작 - 적층의 세단계 중,  지난번 글에서는 원형제작만 다뤘다. 이번글에 어디까지 쓰게될지는 음.. 두고봐야 알 일이다. 

원형을 매끈하게 만들었으면, 원형의 외부에 FRP를 둘러싸서 굳혀서 몰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원형과 몰드가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사태를 막기 위해 몇가지 처리를 해줘야 한다.

먼저 원형에 이형용 왁스 칠을 해야한다. 왁스칠은 마루에 왁스칠하듯이 바르고 닦아내야 하는데, 바르고 굳히고 닦아 내기를 일곱번은 해줘야 한단다. 왁스는 미세한 홈들을 매워서 몰드가 원형에 접착되어 버리는걸 막아주는 것 같다. 왁스칠을 하면 할 수록 매끈매끈한 느낌이 난다.


나는 허니왁스라는 이름의 이형용 왁스를 쓰고 있다.


왁스칠을 해서 매끈매끈해진 표면 (카메라 촛점을 잡기위해 50원짜리 동전 찬조출연)


왁스는 한번 바를때 마다 10분 이상 말린 후에 마른천으로 닦아내준다. 마지막 왁스칠할때는 30분 이상 건조하라고 사용법에 써 있다. 왁스를 닦아내는 천으로 나는 낡은 런닝셔츠를 썼는데, 왁스를 한번 닦아내고 나면 노랗게 왁스가 묻어나서 몇번 하다보면 금새 전체가 누렇고 약간 끈적이는 듯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좀 빨아서고긴 한데, 빨래를 하면 잘 빨아질까 의문이다.

왁스칠을 마치고 나서는 PVA(폴리 비닐 알콜)을 발라준다. PVA는 어릴때 쓰던 문방구에서 사쓰던 투명한 풀의 성분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얇게 발라주면 굳어서 막이 형성되는데, 그 막이 접착성이 약해서 힘이 가해지면 깔끔하게 벗겨지기 때문에 이형제로 쓰기 딱 좋은 재료인 것이다. 게다가 수용성이라 어느쪽에 남더라도 물로 닦아내면 깨끗하게 지울수가 있다.

PVA는 RCLAB에서는 오래전부터 품절이라 화공약품상을 인터넷에서 뒤져서 직접 찾아가서 샀다. 가루형태로 되어 있는데 약 1리터정도 부피에 오천원정도 했다. 그걸 따뜻한 물에 녹여 쓴다길래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면서 녹이는데, 냄비 밑에 눌어 붙고, 위에 거품 걸죽하게 뜨고, 아무튼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만들 당시엔 비울을 어딘가에 적어뒀는데, 어디에 적어뒀는지 찾기가 힘들다. 대충 중량비로 물1에 PVA 0.15정도 녹인것 같다. 당시에 조금씩 넣으면서 더이상 안녹을때까지 녹이면서 포화량을 찾으려고 했었으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정도가 제 비율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PVA를 녹여서 붓으로 칠해보면 왁스를 바른 원형의 표면에 얇게 발라지질 않고 여기저기 뭉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천으로 발라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역시 낡은 런닝셔츠를 좀 잘라서 썼다.

PVA를 바르면 투명하기 때문에 눈으로 봐서는 제대로 발라진건지 알수가 없다. 다만 손으로 만져보면 매끄럽던 표면이 뻑뻑해진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면을 일일이 다 만져봐서 칠해진걸 판단하기는 어렵다. 처음발랐을때 마르기 전에는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전등빛에 비춰보면 발라진걸 얼핏 알수가 있다. 그러니까 바르자마자 비춰봐서 잘 발라졌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굳기 전에 재빨리 같은 자리를 몇 번 지나가주거나, 바르는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지 않는 등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PVA까지 칠한 다음에는 몰드를 위한 FRP적층작업을 한다. 몰드를 만들때는 겔코트라는 수지를 먼저 한층 바르고 그 다음에 적층용 에폭시수지로 적층을 한다. 겔코트는 마모에 강하도록 배합한 수지라서 몰드의 수명을 길게 해준다고 한다. 내가 쓴 겔코트는 기본적으로 에폭시 수지이고, 거기에 금속 가루인지 뭔지 넣어서 마모에 강하도록 한거라고 한다.

겔코트는 점도가 매우 높아서 붓으로 칠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가열을 해주면 점도가 낮아진다. 그래서 미리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돌려서 따뜻하게 만들어서 작업을 시작해서 좀 굳어지면 헤어드라이어로 가열을 해주면서 작업했다. 

헤어드라이어를 겔코트에 너무 가까이하거나, 붓을 들때 드라이어 바람이 강하게 가해지면 겔코트가 날리면서 바닥에 뿌려지니, 조심하는게 좋다. 

겔코트를 바르고 어느 정도 굳은 후에 유리섬유를 적층하기 시작한다. 어느정도 굳기 전에 바로 하게 되면 겔코트층밖으로 유리섬유층이 드러나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다 굳은 다음에 하면 겔코트층과 리유리섬유의 분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처음 한겹은 고운 #108 유리섬유를 써주고 그 다음에 세 겹정도 #612를 적층했다. 겔코트 이후의 적층작업시 매 레이어간에는 경화를 위해 시간을 둘 필요는 없다. 형상이 복잡해서 유리섬유를 이리저리 늘리고 줄이고 해야하는 이번 경우 같으면 경화되기 전에 빨리 작업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에폭시 수지는 두가지를 섞고 나서 30분이내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 그것도 접시 같은 용기에 섞어서 작업할때 이야기지 종이컵에 담아서 작업을 할때는 열방출이 안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굳어 버린다. 에폭시 수지는 두가지 액체가 섞여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열로 인해 경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업 후에 빨리 경화를 시키려면 오토클레이브라고 불리는 큰 오븐같은데에 넣어서 가열을 해주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상온 정도는 되어야 경화가 진행이 되니까 추운겨울 영하의 온도에서는 며칠이 지나도 잘 경화가 안될수도 있고, 내 경험상, 한 두겹 정도로 너무 얇게 적층을 하면 경화가 잘 안되는 것 같다.

지난번 글에도 썼지만 10:2로 쓰는 수지와 10:4로 섞어 쓰는 수지가 경화 양상이 매우 다르다. 잘 굳는건 10:4짜리다. 끈적이지 않고 깔끔하게 경화된다. 만들어 놨는데 며칠이고 끈적이면 참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때 가열해서 경화 시켜보겠다고 전기레인지 위에다 굽다가 변형이 일어나서 고생 좀 했다.

몰드적층작업의 가장 살떨리는 순간은 경화 후 분리할때 이다. 지난번에는 분리가 안되서 애써 만든 원형을 부숴야만 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몰드를 너무 두껍지 않게 적층을 했다. 지난번 작업때는 매트까지 쓰면서 아주 두껍게 만든데다가 형상도 반구형이라, 나중에 다 굳고 나니까 너무나 단단해서 약간의 변형도 일어나지 않아서 도저히 분리를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엔 형상도 예전처럼 깊지 않고 두께도 적당해서 힘을 주자 빡! 드득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져 나왔다. 작업중엔 손에 묻은 수지때문에 카메라를 만지기도 어렵지만 굳기 전에 빨리 작업을 마치느라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어서, 작업중에 찍은 사진은 없고 나중에 찍은 사진만 있다.


각진 부분에 겔코트가 제대로 발라지지 않아서, 나중에 분리할때 부서지거나 아니면 커다란 기포가 그대로 남아 아주 흉하게 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망쳤다고 할 수 있는데, 망친것도 그냥 버리지 않고 수정하는 방법이 있다.  역시 에폭시 수지인 시바툴을 홈에 매우고 경화후 사포질을 하여 그나마 쓸수는 있도록 했다. 사실 이 수정작업이 원래 작업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 었다.--;



완성된 후 원형과 나란히 놓인 까만색 몰드. 여기저기 땜빵의 흔적이 보인다.  땡빵으로 가득한 저 몰드를 보면, 몰드를 제대로 만들려면 겔코트를 바를 때 얼마나 잘 해야되는지를 알 수 있다.

위의 파트는 로봇의 아랫부분으로써, 하나의 몰드로 나오지만 중간 동체는 위아래가 나뉘는 투 피스 몰드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제부터 투 피스 몰드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겠다.

아래는 완성된 몰드의 사진이다. 저런 형태의 부품을 두개를 접착해서 중간 동체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저 원형의 위아래로 두 조각의 몰드를 뜨게 되는 것이다.

완성된 몰드. 역시 왁스칠 일곱 번과 PVA를 발라준다.


먼저 두꺼운 종이와 테이프를 이용해서 위아래 몰드의 경계면을 만들어 붙인다.


겔코트를 철저하게 발라준다. 


이번에는 구석진 부분의 강화를 위해 유리섬유 로빙을 구석 부분에 대서 보강을 해주었다. 원래 그렇게 하는건데 지난번엔 모르고 그냥 넘어가서 재앙을 맞이한 것이다. 로빙은 섬유형태가 아니라 그냥 유리섬유를 여러겹 겹쳐 놓은 것이다.


위 과정을 거쳐 유리섬유를 다시 몇겹 적층하고 나서 경화시키면 위쪽 몰드가 완성된다. 그 후에 몰드에 붙였던 경계면을 모두 떼어낸다. 학교다닐때 미술책에서는 그걸 쪼갬볼이라고 불렀던것 같다.

그리고 그대로 뒤집어서 쪼갬볼과 붙어있던 위쪽 몰드의 드러난 면에 왁스칠 일곱번과 PVA칠을 해주어 몰드끼리 붙어버리는 사태를 방지한다.

남은 반쪽과 위쪽 몰드에 닿는 면에까지 겔코트를 칠하고 유리섬유 적층까지 마무리하여 아래쪽 몰드를 만든다.


위아래 몰드를 완성하여 구멍뚫어서 고정용 볼트까지 박아 놓은 모습. 이상태로 적층하여 최종 부품을 만드는건 아니다. 분리한채로 위아래 부품을 만들고 난 후 경계면을 칼로 잘 잘라내고 나서, 이렇게 몰드를 결합하여 위아래 파트의접합작업을 하는 것이다.


먼저 얇은 유리섬유 #108 을 한겹 적층한다. 몰드 모양이 워낙 복잡해서 섬유 를 들뜨지 않게 제자리 잡아주는 작업이 너무 힘들었다.

몰드만들때와 마찬가지로 구석진 부분에는 로빙을 대서 기포도 막아주고 강도도 높여준다. 로빙은 여러겹이기 때문에 수지가 속까지 잘 스며들도록 잘 눌러줘야한다.


그 다음 레이어로 #612나 #618 번 유리섬유를 적층해준다.  이런 부품처럼 형상이 특이할때는 섬유를 어떻게 재단 하느냐에 따라 소모량에 큰 차이가 난다. 최적의 재단을 위해 머리 많이 써야했다.  이 중간 동체는 길고 바나나처럼 휘었기 때문에 중간에 한번 잘라 주기로 했다.


작업을 마친 위아래 파트, 저 뒤쪽에 있는 것처럼 작업된걸 칼로 경계면을 말끔하게 잘라주면 앞쪽에 있는 것 처럼 말끔해진다.


위아래 파트를 몰드에 들어 있는채로 작업 후 한 두시간정도 후, 완전경화되기 전에 접합 작업을 한다. 몰드 밖에 넣어 놓은 유리섬유 리본을 에폭시에 적셔서 경계면에 붙여주는 방식으로 접합을 하게 된다.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철사로 앞에 보이는 도구를 만들었다. 철사 끝에는 빨래집게를 달아서 유리섬유 리본을 잡을 수 있게 했다. 철사를 미리 몰드 안에 넣어서 한쪽으로 빼고 에폭시를 적신 리본을 물려서 다시 반대로 빼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


그런식으로 작업을 하면 위 사진처럼 경계면에 리본이 붙게 된다. 바깥쪽으로는 리본 외에 유리섬유도 길게 잘라서 한겹더 붙여줬다.

이런작업을 두 번 해서 이번엔 좌우로 접합하면 한대의 로봇을 위한 중간 동체가 하나 나온다.

접합작업을 테이프로 임시 고정한채 경화되길 기다리는 완성된 중간 동체 파트




P.S. 완성후의 활약이 궁금하신분들을 위해 준비한 보너스 영상. 이 로봇은 KAIST 포닥으로있는 김모박사의 의뢰로 만든것인데 KBS뉴스에 나왔네요. 저도 약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