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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ake -Tech

게이트맨의 무인방범장치 루캣 사용기





현관문에 번호키를 쓰게되면서 열쇠뭉치들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되서 정말 편하다. 그러나 보조키만 번호키 이다보니 주키가 여전히 열쇠식이라 열쇠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어머니는 번호키 하나로는 불안하시다고 자꾸 주키까지 열쇠로 잠그시는 바람에,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나는 종종 집에 못들어 오는 경우가 생기게되었다.

레버식 주키는 파이프를 레버에 꽂아서 돌리면 힘없이 열린다고 한다. 디지털 보조키가 있어도 열고 들어올 도둑에게 그런 주키는 있으나 마나라고 말씀 드려봐야 어머니에겐 통하지 않았다. 최근 연이어 몇 번을 집에 못들어오는 일이 생기자 대책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열쇠를 수첩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옥션에서 루캣이라는 희한한 물건을 발견하고, 이 것이 우리집안의 열쇠 분쟁을 해결할 열쇠로구나 생각한 순간, 집에는 새 디지털 도어록과 루캣이 배달되어왔다. 참 빠르기도 하지? 생각만 해도 집에 와 있다니..지름신이 왕림하게되면 시간이 매우 빨리 간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되었다.

게이트맨의 도어락들은 무선 연동 모듈을 끼울 수 있는 슬롯이 있는 네트워크 버전 제품이 많다. 거기에 무선 연동 모듈을 끼우고 루캣을 사서 세팅만 하면 도어락과 연동된 무인 방범장치가 되는 것이다. 도둑이 들어서 도어락을 부수고 문을 열거나 창문으로 들어온 도둑이 적외선 감지기에 걸리면, 경보가 울리면서 세팅해둔 전화번호로 자동 연락을 해준다.

사실 도둑이 루캣의 존재를 알고 통보전에 전화선을 뽑으면 말짱 황이란걸 모르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역할은 할듯해서 샀다. 사실 집에 도둑이 들어봐야 가져갈 것도 없어서 나는 별 걱정이 안되지만 어머니는 예전에 장보러 잠시 집 비운새에 당했던 경험 때문에 집에 도둑이 드는 자체가 너무 싫으시단다. 도둑놈들이 집에 들면 온 서랍들을 다 뒤집어 꺼내 놓는 등 아무튼 온집안을 뒤집어 놓고 가기 때문에 가져갈 것이 없어도 집에 도둑이 드는게 그렇게 두려우시단다. 

그래도 이왕 산거 제대로 세팅은 해놔야할것 같아서 세팅은 해놓긴 했는데 시험을 안해봐서 찜찜하던차에 오늘 낮에 시험을 해봤다. 그런데 내 전화로는 통보가 안오고 어머니 전화로만 오는게 아닌가? 한참 설명서를 가지고 씨름을 해본결과 제대로 하는 법을 찾긴 했는데, 루캣의 사용 설명서와 자동응답 인터페이스에 좀 문제가 있었다. 

전화번호를 루캣에 세팅을 하는 방법은 루캣의 하단 부에 전화번호 세팅 스위치를 on에 놓고 집전화로 전화를 하면 루캣이 바로 받으면서 ARS 언니의 목소리가 나오면 거기에 맞춰 번호를 눌러주는 방식이다. 근데 이 언니가 말하길 '비밀번호는 0번 관리자전화번호는 1번 감지모드는 9번입니다'라고 말하는데, 관리자 전호번호는 3개까지 입력하게 되어 있어서 첫번째 관리자전화번호를 입력할때만 1을 누르고, 두번째 관리자 전화번호는 2를 눌러야 되는 것이고 3번째 관리자전화번호는 3을 눌러야 되는 것이다.

이 내용이 설명서에는 '음성안내 확인 후 1~3번 중 등록하실 번호를 누르시고 "삐리릭'부저음을 확인한다' 라고 써 있긴하다. 하지만 나는 일단 모든 관리자 번화번호 등록의 시작이라고 생각되는 1번을 누른 후에 몇 번째 관리자 전화번호를 입력할지를 선택하라는 멘트가 나와주길 바랬으나, 아무말이 없길래 내 전화 번호를 치고 #을 눌러서 등록을 마치고, 그 다음에 어머니 전화를 또 그렇게 입력했더니 내 번호가 지워지고 어머니 번호만 남은 것이었다.

해결책은 ARS언니의 멘트를 바꾸는 것이다.
'비밀번호는 0번 첫번재 관리자전화번호등록은 1번 두번째 관리자 전화번호등록은 2번 세번째 관리자 전화번호 등록은 3번 감지모드 설정은 9번입니다' 이렇게 나와주는게 당연하다. 1번 누르라고만 말해 놓고 2와 3은 설명서 보고 공부해서 누르라니 이 무슨 쌩뚱맞음인가? 아예 멘트를 하지 말던가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그러면 사용설명서를 보고도 한참걸려서야 제대로 입력을 하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쉽게 쓸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만드는 김에 전화선을 뽑으면 말짱 황이 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기기를 분리해서 전화거는모듈을 전화 콘센트 내부에 아예 넣어 버릴 수 있다면 통보전에 도둑이 그걸 빼기는 어려울것 같다. 기술적으로 난점이 있긴 하겠지만 그런 헛점이 있으니 나온지 3년이나 된 제품이 아직도 이렇게 인지도가 없는게 아닐까 싶다.

이번에 산 도어락은 게이트맨 티탄이라는 모델이다. 번호키 함께 접촉식무선 RFID방식의 카드키도 쓸 수 있어서 선택했다. 후불식 교통카드와 대전교통카드는 등록이 되는데 수도권선불식교통카드인 T머니카드는 등록이 안된다. 그리고 카드 등록할때도 삽질을 좀 했다. 카드 등록은 한번에 사용하고 싶은 모든 카드를 다 등록해야 된다. 하나 씩 하면 맨나중에 한 카드만 등록이 된다. 한 번에 해야 된다는 건 카드를 한뭉치로 모아서 들고 등록해야된다는게 아니라 등록 버튼 한번 누르고 차례 대로 한장 씩 대주고 마지막으로 등록버튼 한번 누르는 것으로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카드를 분실하면 해지를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분실된 카드만 해지를 할 수 있으려니 생각했었는데, 분실한 카드만 따로 해지를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쓰려고 하는 모든 카드를 다시 새로 등록 해야만 하는 것이다. 분실된 카드만 해지를 하려면 인터페이스가 좀 복잡해지긴 하겠지만 번호키가 있으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카드 등록전에 번호를 한번 누르게 하고 카드를 대는 방식을 쓰면 나중에 특정 번호의 카드만 등록을 해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 루캣과 티탄 도어락은 인터페이스측면의 개선이 좀 필요하다고 본다. 카드키 등록은 지금 방식이 오히려 어렵지 않고 쉬울 수는 있다고 본다. 우리집 처럼 따로 사는 형 누나 카드까지 등록을 해 놓고 보니 따로 해지를 할 필요성이 생길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 가족들이 다 한집에 살면 별 문제는 없을 듯도 싶다. 우리는 어버이날이라고 다 모인 날에 마침 카드 등록을 하게 되어 그렇게 되었다.

참고로 루캣은 무감지 모드라는것이 있어서, 집안에 일정시간동안 움직임이 감지 되지 않으면 등록된 번호로 전화통보를 해준다. 홀로 계시는 부모님 사시는 곳에 설치해서 안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무소식이 희소식' 기능이다. 전화통보 안오면 잘 계시는 걸로 알고 안부전화도 안드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나 같이 원래 안부전화 잘 안하는 사람들에겐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