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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트위터는 거대한 대화방? 새로운 기회?




인터넷에는 요즘 트위터에 대해서 말이 많다. 과연 트위터의 정체는 무엇인가? 트위터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각종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그 와중에 나도 일조해보려고 한다.

나는 나름대로 획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뿐이고. 며칠전 화장실에서 문득 떠오른건데, 트위터는 대화방과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회원 가입만 하면 일단 하나의 거대한 대화방에 들어가는 셈이고, 내가 팔로우 한 사람의 대화만 보이는 방식이다. 37signals의 campfire처럼 지나간 대화도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대화방인 것이다. 물론 거기도 한계는 있어서 내가 한 트윗(말)은 200개 이후부터는 지워진다고 한다.

내가 팔로우 했던 사람도 언팔로우 하면 바로 안보이게 되니 예전에 대화방에서 블록하는 것과 같다. 나를 팔로우 하는 사람이 없는데 혼자 떠들면 대화방에서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 1인과 비슷한 꼴이다. 게다가 요즘 트위터에 빠져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 PC통신 시절 대화방에 빠져 열광하던 사람들의 반응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 나는 학번방에 주로 드나들었는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대화방엘 들어가서 두어시간 이상씩 채팅을 했었다. 그것도 직장 다닐때 그정도지 대학 다닐때는 밤새 채팅한적이 셀 수도 없다. 요즘도 그때가 그립다.

남과 소통한다는것은 인간에게 일종의 쾌감을 주는 것 같다.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이 나 트랙백도 그렇고 대화방에서의 대화는 그걸 더 가속화 시킨 것이기 때문에 쾌감이 배가 되지 않나 싶다. SMS에 중독된 10대 들도 그럴것이다. 예측할수 없는 보상에 열광하는 인감심리때문에 도박이나 복권이 유행하듯 소통에 열중하는 것도 인간에게 있어 매우 강한 욕구가 아닌가 싶다.

대화방에도 물밑 대화라는게 있어서 남들 몰래 둘이서만 대화를 하기도 했는데, 트위터에도 역시 다이렉트 메시지(DM)란게 있어서 비밀대화는 서로에게만 보이도록 할 수 있다. 요즘 트위터에 보면 번개도 하는데 그걸 보면서 더 대화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대화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트위터는 당연히 홈페이지나 블로그와는 다르다.애초에 마이크로 블로그라는 구분되기도 했는데, 그건 매우 틀린 구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미투데이는 마이크로 블로깅에 충실한 형태가 되겠다. 타인의 글은 그저 메타블로그에서 브롤그 소개하듯이 흘러가는 것일뿐 친구가 되어도  새글이 올라음을 알려줄뿐 일일이 가서 봐야 하니까 대화방보다는 정말 블로그에 가까우니 마이크로 블로그가 맞겠다.

하지만 트위터는 한페이지에 내가 팔로우 한 사람들의 대화가 모두 떠오른다. 그중에 정말 말 많은 빅마우스가 있다면 온통 그사람말로만 도배가 된다. 사실 도배라는 것도 대화방에서부터 시작된 말이었다. 한사람이 많은 말을 한꺼번에 해버리면 대화창이 모두 그사람이 한 말로 그야말로 도배가 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그때문에 팔로우 했다가 바로 언팔로우 한 경우도 있다. 별 의미도 없는 말을 끊임없이 쏟아내니 정신 없어서 그냥 둘 수 가 없었다. 게다가 그 사람만 팔로우 하고 나는 팔로우 하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는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조각들일뿐이라 더욱 정신 사나웠다.

대화방은 사회의 축소판과 같아서 거기서도 말발쎈 애들의 말에 다른 애들이 주목하고 말발쎈 아이를 중심으로대화가 이루어진다. 트위터도 팔로워가 많은 말발쎈 사람들위주로 소통이 일어나고 있다.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인사는 말을 해도 듣는이의 수도 적고 예의상 팔로우 해준 유력인사들에게 별 관심의 대상도 아니어서 혼잣말이 되기 쉽상이다.

트위터를 만든 사람들은 이런 대화방적인 의미를 생각하고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방으로 생각했다면 지금 뭐하니?에 대한 답으로 글을 쓰는것 보다는 한명이든 여러명에게든 말을 거는 방식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대화방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화방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커서 더 좋을 수 도 있다. 하지만 너무 커서 생가는 문제가 팔로워가 많을 때는 대화의 맥락을 알아보기가 힘들다는 점이 있다. 물론 트위터 운영자들은 대화방으로써 만든것이 아니니 그런 문제보다는 여러명에게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을 더 크게 생각 할 것이다.

제작의도와는 달리 트위터는 거대한 대화방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면, 트위터의 진화방향 또는 트위터 류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얼마전에 트위터를 쓰게된 동기가 그룹핑 기능만 있다면 회사내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겠다라는 말을 트위터에 쓴걸 봤다. 그때는 뭘 원하는 건지 잘 감이 안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별도의 대화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었다.

채팅에는 멀티라는 것이 있었다. 여러개의 대화방을 띄워 놓고 동시에 대화를 하는 것이다. 메신저의 멀티 밖에는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 많겠지만 인터넷으로 대화방이 옮겨 온 후에는 대화방 멀티가 가능하게 되었다. 트위터도 지인들끼리 자기들만 아는 시덥잖은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게 힘들기 때문에 좀 아쉽다. 혹시 이미 트위터 툴 중에 필터링 기능 같은게 있어서 팔로워들을 그루핑하거나 대화에 태그를 기준으로 필터링 해서 따로 보여 주는 기능을 가진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없다면, 만들어 볼만하지 않을까? 또 하나의 새로운 바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찾아보니 mixero 라는 웹 툴이 팔로워의 그루핑을 가능하게 해주고 태그를 기준으로 글들도 그루핑을 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태그를 넣지 않으면 태그별 그루핑은 기능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글을 쓸때 어떤 대화방에 쓸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현재의 트위터체제 하에서는 힘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별도의 사이트가 만들어져야 가능할 것 같다. 대화방의 만들기는 포털에서의 카페만들기와  비슷한 것이 될것이고, 대화방별로 공개 비공개 대화방이 있어서 대화방별로 가입이나 초대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한 트위터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이런 서비스가 잘 될까 싶은 마음도 들지만, 한 화면에 너무 많은 사람의 너무 여러가지의 말들이 나와서 복잡한것을 한가지 주제와 정해진 사람들의 글들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란 생각을 해보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관점에 따라 사용법은 복잡해지지만 '화면'은 단순해지는것이다. 카페 가입절차가 복잡해서 카페 안쓴다는 사람은 못봤으니, 트위터의 현상태 대비 상대적 복잡함은 별 문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