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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It Yourself

가난한자의 더치 커피 메이커 Ver. 1

예전 어느 백화점에 있던 카페에서 한방울 한방울씩 물을 떨어트려서 커피를 내리는 걸 보고 신기해서 찾아보니 그게 냉수로 커피를 내리는 더치 커피라는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 항해를 많이 하던 네델란드 사람들이 물을 끓이지 않고도 커피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 만들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뜨거운 물로 내리는 것보다 냉수로 내리는 커피가 오래걸려서 그렇지 맛은 최고라는 말도 있길래 나도 한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마땅한 장비를 찾지 못해 하루하루 세월만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cafffemuseo라는 커피관련 쇼핑몰에 간만에 들렀다가 워터 드립이라는 카테고리에 더치 커피 메이커들을 팔고 있는걸 보게되었다. 대부분의 장비들은 몇십만원씩 하지만 이와키라는 일본 브랜드의 34,000원짜리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거길 들른 이유는 내 모카포트의 고무 패킹이 타버려서 그걸 사러 갔던건데, 몇천원짜리 사러 들어갔다가 너무 크게 낚이는게 아닌가 싶어 다른 방도를 찾아보기로 했다.

더치 커피라는게 물을 그냥 한방울씩 떨어뜨려주기만 하면 되는건데, 장비가 그렇게 비쌀 이유는 없다고 본다. 대부분은 에스프레소 머신보다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그런  몇 십만원씩 하는건 애초에 고려 사항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드래서 일단 드리퍼를 하나 사고 그 위에는 음료수 통을 매달든 얹든 어떻게든 해보기로 했다. 드리퍼에 맞는 원뿔형 여과지와 커피의 위쪽을 덮어줘야 한다길래 동그란 모양의 여과지도 하나 샀다. 여과지 값이 드리퍼 값을 넘었다 --;  이미 2400원짜리 고급 실리콘 고무패킹 가격의 몇 배는 넘었다.


여과지까지 하면 약 만오천원 가량들었지만, 나름 저렴하게 꾸며진 더치커피 메이커 세팅. 내가 제작한 것은 드리퍼위에 음료수통을 얹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아크릴 판에 구멍을 뚫어서  사용했다. 일반적인(?) 집엔 아크릴 판도 없고 저런 구멍을 뚫을 만한 장비도 없으니 그다지 쉬운 해결책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대충 어딘가에 실로 매달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음료수 통의 밑바닥에도 구멍을 뚫어줘야 물이 나오다 말고 멈추는것을 방지 할 수 있다. 물이 떨어지는 속도는 음료수통 뚜껑을 조이거나 풀어서 조절하면 된다. 자~알 조절하면 대략 10초에 한방울 정도 떨어지도록 할 수 있다.



내리기 시작한지 두어시간 지났는데 1/5정도 내려간듯 싶다. 내일아침이면 다 내려가 있을것 같다. 더치 커는 만들어 두고 하루 정도 지나면 더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원래 오래 보관해두고 먹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도 하지만 와인도 아닌 커피가 시간이 지날 수록 맛이 좋아진다는게 신기하다.

안그래도 모카포트가 3인분짜리라서 한번에 다 마실 수가 없어서 냉장고에 뒀다 마시곤 했는데, 더치커피 보관용으로 파는 유리용기도 저렴한 가격(4천원)에 팔고 있어서 하나 샀다. 오래된 커피로 내려서 맛이 어떨지 모르지만 내일 아침이 기대된다 ^^

냉커피의 계절도 다 지나고 나서 더치커피를 시작하게 되서 좀 쌩뚱맞은데, 커피 맛 안난다고 커피까지 새로 사게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워터 드립용 그라인딩은 에스프레소용과 뜨거운물 드립의 중간 굵기로 갈아줘야 한다는데, 집에 있는건 굵게 갈은것이고, 이디오피아 예가체프가 워터 드립에는 제일 좋다고 하던데.. 애초에 커피까지 살껄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