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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o make - Planning

영화계의 '디 워' 혹평을 보며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구분이 안되겠지만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디자인과 예술은 확연히 구분된다. (일반인들의 예술이라는 개념에는 디자인과 예술을 구분하지 않는 광의의 예술이고 디자이너들이 디자인과 예술을 구분할때 쓰는 예술은 협의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 디자인안을 고집피우는 디자이너에게 답답한 선배는 '너 예술하냐?'라는 핀잔을 주기도 한다.
예술가 '마음대로' 만드는 것은 예술이지만 디자인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은 시각 디자인이든 제품 디자인이든 디자이너 혼자 쓰고자 만드는것이 아니고 사용하게 될 대상이 따로 있다.
물론 디자이너 마음에도 들고 사용자의 마음에도 들 가능성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디자인은 타인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다.
예술은 본인이 마음대로 만드는데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에도 들때에 그 예술가는 작품이 팔려 돈을 벌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을 주로 만드는 예술가는 그래서 가난하다. 가난한 예술가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여기서 대중예술이라고 불리우는 영화는 그럼 위에서 말한 예술인가? 디자인인가?
영화가 대중예술이라면 그것은 대중을 위한 예술이라는 말이고, 영화는 디자인과 같은 속성, 즉 다른 사람들을 위한 창작물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영화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만 대중에게 외면 받는 영화는 대중예술로써 잘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것 아닌가?

사람들이 '디 워'라는 영화를 애국심인지 동정심인지 뭔지 영화계 인사 몇이 말하는 그런 생각으로 그렇게 많이 봤을까? 아니면 수준이 매우 낮아서 그렇게 많이 봤을까?

제품 디자인의 사용성 문제에 관한 책 중에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지 마라'라는 책이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있어 어떻게 쓰는지 고민하지 않도록 사용하기 제품을 쉽게 만들라는 내용이다.

사용자의 수준을 자기 마음대로 높이 보지 말라는 뜻이다. 만드는 사람은 그 제품을 오랫 동안 고민해 왔기 때문에 그 제품에 대해서 뻔히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런 뻔한 것 정도는 다 알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그런 디자이너는 제품을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데에 실패하기 쉽상이다. 판매가 잘 될리 없다.

영화관객은 다양하다. 제품을 사용하는 대상도 다양하다. 제품을 디자인 할때는 팔려고 하는 대상을 미리 정하고 디자인하게 된다. 물론 이런 바람직한 절차를 무시하는 제조 업체들도 많다. 영화계에도 역시 그런 감독들이 많은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제시한 심각한 문제를 고민하면서 머리 쓰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영화를 보며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사람도 있으며, 또한 깊은 감동을 받고 동질감을 느끼며 카타르시스속에 눈물 흘리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물론 다른 구분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위 세가지 정도의 영화 고객층이 있다.

이런 고객층에 대한 이해 없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자기맘에만 들도록 만들었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고 수준 탓하면 안된다. 자기 혼자 보면서 만족하거나 주변사람 몇몇이 돌려보면서 만족하면 되지 않는가? 자기 마음대로 만들었으니 자기 책임이다.

관객이 많이 들게 하고 싶으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면 된다.
디자이너는 창녀라는 말이 있다. 남을 즐겁게 해주고 돈을 번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예술가는 그런말을 하면서 자기의 고집을 세운다. 디자이너들도 자조적으로 그런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고민이 있다. 자기의 작품을 팔지도 않고 팔리기를 바라지도 않는 예술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누구나 자기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많이 팔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보면 모든 예술은 대중 예술 아닌가? 대중예술과 반대되는 개념은 무엇일까? 대중 음악과 영화는 대중 예술로 불리우는 것 같고 회화나 조각 음악 중에서도 클래식은 대중 예술이라고 불리진 않는듯 하다.
맞나? 잘 모르겟지만 그런듯 싶다. 미술이나 클래식 음악하는 예술가들은 그들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많이 팔리기를 바라지 않나? 그렇지 않아 보인다. 바라지 않는다면 답글 달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든 예술은 대중예술인 듯 싶은데, 그 구분은 도대체 왜 있는 것일까?  대중 예술이건 그냥 예술이건 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고 만들어 지는 것일진데, 그럼 디자인과 예술의 구분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럼 그 차이는 무엇일까?  정말 디자인과 예술은 같은 것인가? 그 차이는 누가 만드는 사람마음대로 만드는냐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드느냐보다는 사용되는 방법에 있다고 본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통한 가치의 제공을 위한 것이고  제품 디자인은 접촉을 포함한 모든 감각을 통한 가치의 제공을 위한것이라는 점은 차이라고 보인다.  다만, 시각 디자인은 시각을 통한 설득 내지 설명을 하는 것인데.. 음악이나 미술, 영화는 대상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목적이나 시각디자인은 구매를 유발한다거나 대상을 설명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은 차이가 있어보인다.
차이는 사람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채널의 차이만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무엇으로 불리든 결국은 모두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사람들을 위한 것이  사람들, 즉 사용자를 제대로 탐구하지 않고 만들어 진다면 예술로 불리든 디자인으로 불리든 더 이상 의미는 없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사용자 조사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