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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대전 뒷동산 탐험기 1 - 성두산

대전둘레산길잇기 코스는 두바퀴째를 돌고 있으니 이제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고, 이제부터는 대전 시내의 작은 뒷동산들을 탐험해보기로 했다. 이미 다녀온 우성이산이나 월평공원의 도솔산도 그런 뒷동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어딜가볼까하고 지도사이트를 펼쳐보니, 가까운데에 성두산이라고 하나 눈에 띈다. 카이스트건너편 과학고등학교와 갑천사이에 낀 자그마한 동산이다. 당연히 아직 오픈스트리트맵에 지도가 올라와있을리가 없다. 지도는 고사하고 거기 길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탐험이란 무릇 그런것이거늘. 일단 가보는거다. 차는 세워놓을 곳이 어떨지도 모르고 운동삼아 가는것이니 자전거를 타고 갔다. 

갑천변 도로쪽에서 접근해보니 입구 같은게 전혀 안보여서 과학고입구쪽으로 돌아가다보니 왠걸 입구가 떡하니 나온다. 나름성두산근린공원이란 이름도 있고 여기도 어김없어 옛 산성이 있는 모양이다. 대전의 왠만한 산에는 언제쩍 산성이든지 간에 산성이 하나씩은 다 있다. 그만큼 대전은 예전 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요지였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길가에서는 구성동 산성이라는 표지가 훨씬 잘 보인다. 성두산근린공원 표지는 나무에 가려 거의 안보인다.



무려 해발 86미터의 성두산 정상에 오를쯤이면 나무가 별로 없는 평평한 곳이 나타나는데 그곳에 구성동 산성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백제시대에 유성지역을 다스리던 성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래도 다른 산성에는 돌무더기라도 좀 있던데 이곳은 토성이라 그런지 그마저도 없다. 


탐험가의 목적중에 중요한것이 지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두산이 낮다하여 지도를 올리지 않을수는 없다. 그래서 오픈스트리트맵에 이미 아래와 같이 올렸다. 언제나처럼 아이폰의 MotionX GPS Lite를 이용해서 저장한 GPS경로를 OpenStreetMap에 올린것으로써 일주일 지나면 각종 GPS앱에서 지도를 OpenCycleMap으로 지정하기만 하면 볼 수 있다. OpenCycleMap은 OpenStreetMap을 일주일마다 복제해다 쓰기 때문이다.


위 지도의 회색점선이 등산로라고 하기엔 좀 낯간지러운 산책로가 되시겠다. P자 표시가 된 곳이 내가 진입한 곳으로 차 서너대정도 댈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있다. 성두산 정상과 구성동산성의 허탈함을 뒤로하고 나름오밀조밀 기분좋게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니 난데 없는 공터 비스무리 한 곳이 펼쳐진다. 인적도 드물거니와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던 뒷동산에서 벤치도 있고 나름 신경쓴 듯한 곳을 만나니 나름 신비한 기분마저 든다. 나만의 보석을 찾은 듯한 기분이랄까? 이런기분은 앞으로도 내내 이어진다.




좀 더 가다보니 운동기구가 갖춰진곳이 나타난다. 농구대도 있다. 대전과학고의 뒷편이다. 과학고의 담장도 어느새 없어져서 학생들도 자유럽게 드나들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곳도 사진에는 그 분위기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나름대로 아늑하고 고즈넉한것이 산책하기에 딱이다. 그리고 이 근처엔 학교나 기상청 등 각종 기관들로 둘러 싸여있을뿐 주택가와 멀기 때문에 더 인적이 드물고 한산한게 아닌가 싶다.




과학고 뒷편을 지나 잘 보이지 않는 숲속으로 난 길로 들어가면 대나무 숲이 잠깐 나온다. 대나무숲은 내가 참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자작나무와 함께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수 있는 나무가 대나무인데 하나보다는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좋다. 대나무들 사이로 들리는 바람소리도 좋고 왠지 다른 나무 숲과는 매우 다른 기분을 갖게 한다. 차분하면서도 왠지 모를 묘한 흥분이 있다.



대나무를 지나 약간 더 가면 숲이 끝나는 곳에 아래와 같은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선 성두산근린공원이 성두산 자연학습원이 되어 있다. 이쪽입구는국립중앙과학관으로 이어지는 곳이어서 과학관에서는 이 숲을 자연학습원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한적함을 생각하고 평일에 왔다가 조잘거리는 아이들에 휩싸이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순간 지나갔다.

성두산 근린공원이자 자연학습원은 아래 사진처럼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대전 기상청과 과학고가 파먹고 들어와서 중간이 오목하게 먹혔다. 오늘 내가 찾은 입구는 주차장쪽과 과학관쪽 그리고 갑천가의 금강환경관리청 뒷뜰로 통하는 길, 이렇게 세군데이다. 금강환경관리청으로 통하는 길은 분명 나무계단과 난간도 만들어져 있지만 아래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다.


성두산 공원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경사도 거의 없어서 정말 공원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걸을 수 있고, 여름에도 땀흘리지 않고 편하게 산책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도 우거진 편이라 그늘도 많고 강가라 그런지 바람도 시원하게 분다.  무엇보다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나만의 비밀 장소가 하나 생긴 듯한 기분이다. 여러분은 오지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