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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오픈소스 하드웨어 비지니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다들 이야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오픈소스 하드웨어라는 말은 대부분 처음 들어볼 것이다.  오픈소스하드웨어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도 2009년에 쓴 글이 있다. 오늘은 그 오픈소스하드웨어를 가지고 진행하는 비지니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비지니스에 대해 이야기한 글이나 강연 내용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몇가지를 일단 소개하자면, 먼저 나이는 어리지만 오픈소스 하드웨어계의 대모와도 같은 존재인 ladyada(Limor Fried)의 Million dollar baby라는 프리젠테이션이 있다. 백만달러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오픈소스하드웨어키트 판매사이트 들에 대한 소개를 담고 있다. 물론 발표 내용 중엔 ladyada가 운영하는 전자키트 판매 사이트인 www.adafruit.com 까지 포함해서 13개 정도의 사이트의 매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백만달러에 접근중인 곳이 3곳이고 나머지는 백만달러를 넘어 다섯 곳정도가 5백만달러에 육박하고  스파크펀이란 곳은 천만달러도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와이어드지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만든 무인비행기자작 커뮤니티인 www.diyrones.com의 운영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자문위원으로 있는 자작 도우미이자 개인공장 사이트인 www.Ponoko.com 블로그에 올린 Ten Rules For Maker Business 가 있다. 정말 주옥같은 조언들로 가득하다. 원래는 오픈소스하드웨어보다는 자작파를 뜻하는 maker를 위한 사업 지침 총정리라고 할 수 있지만, 판매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자작파들은 거의 오픈소스로가기 때문에  오픈소스하드웨어 비지니스 지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픈소스하드웨어 이야기를 하다보면 안할수 없는 이야기가 Maker Movement인데, 정확한 시작 시기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미국에서 Makezine이 나온 2005년 이후로 그런 흐름이 가시화 되지 않았나 싶다. 메이크진은 자작파를 위한 잡지로써 수많은 흥미로운 자작 방법들을 자세히 써 놓은 책이기도 하지만 책만 만든게 아니라 메이커 페어라는 전시회를 주최함으로써 메이커 무브먼트를 가시화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본다.  

물론 그 기저에는 해커스페이스 운동 또한 크게 자리잡고 있다. 해커스페이스는 90년대 쯤 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오프라인 자작 커뮤니티이자 공간인데, 이들 또한 만드는 것을 대부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으며 오픈소스를 이용해서 많은 자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어서 오픈소스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해커스페이스가 전세계 이곳 저곳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서 가히 해커스페이스운동이라고 칭할만한 것이다. 늦었지만 우리나라에도 올해에 서울대전에 해커스페이스가 생겼다. 대전의 해커스페이스(=메이커스페이스)인 '무규칙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은 본인이 운영하고 있다. 대전의 해커스페이스 '용도변경'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함께할 자작파들을 모집중이니 이 글을 보는 관심있는 대전근처의 자작파들은 이 블로그나 SNS(트위터@mrkiss, 페이스북/mrkiss89)를 통해 연락바란다 

해커스페이스는 그 이름에 해커가 들어가서 오해의 소지가 많은데, 네트워크 해킹과는 거리가 멀고 제품을 분해 개조하고 새로운 용도의 물건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 내는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다. 네트워크 해킹을 하는 이들은 오프라인커뮤니티 활동보다는 숨어서 어디선가 하게 마련이지 특정 장소를 마련해 놓고 모이진 않는다. 해커 스페이스는 또한 각종 강좌식 워크샵을 종종 열어서 지역 기술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ladyada는 애초 ladyada.net이라는 개인사이트에 자신이 만든 전자회로작품의 설명을 자세히 올려놓았었는데, 그걸 사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키트로 팔기 시작했다가 그게 점점 커져서 adafruit.com이라는 백만달러가 넘는 연매출을 올리는 사이트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와이어드지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하고 각종 오픈소스관련행사에 단골 연사로 나서고 있으며, 키넥트가 처음 나왔을때 키넥트용 오픈 소스드라이버를 처음 만드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키넥트의 해킹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의 위협적인 제스쳐를 보이자 현상금을 더 올리기도 하는 배짱을 보여주기도 했다.

처음 한 두 개의 키트로 시작한 사이트는 이제 거의 종합 전자회로 키트 사이트의 면모를 갖출정도로 여러가지 품목을 팔고 있으며,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ladyada.net에 자세한 제작법과 사용법을 올려놓고 있다. 제작법과 사용법을 쉽고 자세히 설명하는데에 있어서 ladyada는 가히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이 지금의 그녀를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뿐아니라 새로 내 놓는 키트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도 직접 만들어 배포 하는 등 단순히 설명만 쉽게 하는게 아니라 제품도 쓰기 쉽게 만들어 내는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오픈소스비지니스를 말할때 절대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커뮤니티이다. 다른 오픈소스 키트판매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adafruit.com 에도 포럼이 있어서 각종 제품에 대한 회원간의 의견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ladyada도 활발하게 답변을 하고 있지만, 오픈소스하드웨어 비지니스의 장점은 포럼을 통해 구매자들 서로간에 질문과 답변을 통해 고객관리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포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사후 고객관리 뿐은 아니다. 키트를 구매하기 전의 고객들에게는 키트의 완성도와 기능에 대한 상세한 부분을 먼저 구매한 사람들의 리뷰를 보듯이 알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리뷰보다 살아있는 질문 답변과정이 키트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ladyada의 키트가 오픈소스이긴 하지만 개발이 주로 본인스스로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커뮤니티가 협력하여 만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비지니스를 키운 사례가 바로 와이어드지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만든 무인모형비행기 자작커뮤니티인 diydrones.com이다. diydrones는 모형비행기를 취미로 하는 크리스 앤더슨이 기존의 비싼 무인항공기 자동비행장치인 오토파일럿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취미용 오토파일럿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는데, 시작때부터 여러명이 참여해서 프로그래밍과 보드 개발, 테스트 등 을 분업으로 진행하였고, 키트가 나오자 엄청난 인기속에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에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붙였고 판매가 늘자 판매 이내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여러명의 직원을 고용해야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 diydrones의 키트를 판매하는 지역 디스트리뷰터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키트를 받아다 팔기만 하는게 아니라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 팔기도 한다.  그렇게 생겨난 사이트들에 라이선스료 같은 것을 받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소스라는게 원래 그런것이니까 말이다. 대신 그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판매 수익은 판매에 참여하고 투자한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이지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구조는 아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도 그점에 대해서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을 알고  쓴 글도 있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베끼는 사람이 있어서 더 싸게 만든다면 그것은 소비자에게 금전적 이익은 되겠지만 그 오픈소스를 알게된 사람이 가는 사이트는 원래 개발한 사람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되고 원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단순한 금액 얼마 싼것보다는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 사실 오픈소스로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풀면 그 사람은 그로인해 없던 인지도가 생기고 알려지게 되는 것이지 그걸 복사해서 만든 사람이 알려지는 것은 아니다. 애써 찾는 다면 복제품을 파는 사이트를 알 수는 있겠지만,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의 진행과정과 제품에 대한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에서 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안전한 구매가 아닐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원조 사이트의 판매량이 월등하게 되는것이 오픈소스하드웨어계의 상황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그 예로 파울로 코엘료의 러시아에서의 해적판에대한 대응이야기를 했었다. 서방에서 유명한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는 러시아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었는데, 그의 책의 해적판이 러시아에서 퍼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알려져서 인기가 올라갔고 그 이후에 정식출판을 했더니 판매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무서운것은 무명이지 해적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오픈소스로 푸는것은 자신의 인지도를 올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유용한 것이어야 유명해지겠지만 말이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잘만들어야 하고 그 다음엔 그 제품에 대해서 알려야 한다. 사람들이 그 제품의 존재를 모른다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찾기 쉽게 매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는 유통 자체는 큰 비용이 드는 일이며 많은 사람이 그 물건을 찾도록 광고를 하는 일 또한 많은 돈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오픈소스로 풀어 버리면 그것을 써본 사람들의 입소문과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손쉽게 정보가 퍼져나가서 돈 한푼 안들이고 광고가 되는 것이다.

아무튼 diydrones는 그 이후 프로젝트도 늘어나서 여러종류의 기체를 제어할 수 있는 오토파일럿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본점(?) 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판매사이트들까지 해서 그 프로젝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수 십명 수준을 훨씬 넘는 것으로 보인다. 전에 크리스 앤더슨이 올린  diydrones 공장 투어 사진을 보니 직원이 열댓명도 더 되는것 같았다. 기판 제작은 물론 조립까지도 직접하는데 작은 표면실장 부품을 기판에 올려놓는 픽 앤 플레이스 머신도 벌써 두대째 샀는데, 이번엔 더 빠른것으로 샀다는 이야기도 올라왔다.

예전에 메이크진의 주말 자작 프로젝트 비디오 제작을 맡았던 메이커인 Bre Pettis 등이 만든 3D프린터를 만드는 메이커봇인더스트리 또한 매우 흥미로운 오픈소스하드웨어 비지니스이다. 예전부터 있던 오픈소스 3D프린터 프로젝트인 RepRap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상업화를 한것이 메이커봇인데, 원래 RepRap 프로젝트의 일원인 Zach Hoechen 도 참여했고, RepRap의 발명가인 Adrian Bowyer박사도 엔젤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한다. diydrones도 처음 스토어를 오픈하고 커가는 모습을 놀랍게 지켜봤지만, 이 메이커봇도 처음 생기고 커가는 과정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합판으로 만들어진데다가 결과물도 그리 매끄럽지 않아서 그리 잘 팔릴까 싶었는데, 결과는 내 예상과 전혀 딴판으로, 제조속도가 판매량을 따라 잡질 못해서 허덕일일 정도로 잘 팔리고 있으며, 첫해에 바로 백만달러가 넘는 매출을 달성했었고, 얼마전엔 오픈소스 하드웨어 비지니스로는 드물게 벤처캐피탈에게서 천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메이커봇은 오픈소스하드웨어로서의 의미만 있는게 아니라 홈 메뉴팩처링, 디지털 메뉴팩처링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가내수공업과는 좀 다르니 가내제조업이라는 말 정도 될까? 3D프린터나 CNC조각기, 레이저 커터 같은 CNC(컴퓨터수치제어)기술을 이용한 공작기계를 집에서도 사서 쓸만큼 저렴하게 나오거나 자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기계들을 이용해서 집에서도 직접 제품을 만들어 쓰거나 만들어 팔 수 있게 되고 있다는 또 하나의 기술적,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내가 CNC조각기를 가능하면 저렴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던 노력들도 그런 흐름에 동참하고자하는 바램에서였다. 물론 아직은 그 수준이 대규모공장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혁신적인 것은 처음엔 다 보잘것없어 보이기 마련이다. 성인이 된채로 뱃속에서 태어나는 사람이 없는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이런 흐름은 메이커 무브먼트와 잘 어울리고 오픈소스하드웨어 비지니스와 직결된다.

이런 흐름의 대표적인 곳이 Ponoko이다. 포노코는 처음엔 레이저 커터로 회원들이 원하는 모양을 잘라서 배송해주거나, 회원들이 올린 도면을 이용해 레이저 커터로 만들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서 팔아주고 수익을 나누는 사업 모델로 시작했으나 그 후 점점 영역을 넓혀서 SparkFun.com과 전자회로 부분을 제휴하고 3D프린팅 서비스 등을 추가하여 개인공장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Shapeways라는 3D프린팅 전문회사도 온라인 견적서비스까지 갖추고 성업중이며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받아서 미국에도 진출했다. 

 Dangerous Prototypes라는 곳도 특이한 형태의 오픈소스하드웨어 비지니스를 운영중이다. 그들은 제조는 하지 않고 개발만하며 그들의 사이트에는 구매를 위해 Seed Studio를 링크해놨다. 매달 새로운 오픈소스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것을 모토로 하는 '위험한 시제품들'은 개발은 재미있고 잘 할 수 있지만 번거로운 제조와 배송은 Seed Studio에 맡겨버리고 라이센스비만 받는 구조인 것이다. 저쪽(?)에선 이런걸 fulfillment라고 부르고 있다.  fulfillment에도 배송만 해주는것이 있고 이처럼 제조와 배송을 다 맡아주는 경우도 있는것 같다. 아마존에서도 판매자들의 물건을 한몫에 받아다가 주문이 들어올때마다 하나씩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하려고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의 쇼핑몰들도 그런 서비스를 한다면 판매자들의 부담도 줄이고 새로운 수익원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저장, 배송등을 공동운영하면 아무래도 공간 인력등이 줄게 되어 비용이 적게 들수 있지 않을까?

오픈소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앞에 인류공영에 과연 특허가 더 유리할지 오픈소스가 더 유리할지 다시한번 생각해보아야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그 흐름음 소프트웨어뿐이 아니라 하드웨어에까지 불어닥치고 있고 소프트웨어에서 그랬듯이 하드웨어 비지니스에도 일대 변혁을 가져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