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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It Yourself

책상에 팔받침대를 만들어 달았다.



꼭 다 만들고 나면 드는 생각이, 만드는 과정도 좀 찍어 놓을 껄 하는 아쉬움이다. 나름 자작을 표방하는 블로그에 뭘 만들었다고 글을 쓰면서 제작기가 아닌 덜렁 완성된 후 사진 하나 올리긴 쪼금 맴이 그렇다.

컴퓨터를 하루종일 붙잡고 않아 있다 보니 마우스를 쓰는 손이 상당히 아프다. 사실 예전엔 안그랬는데, 이 책상을 쓰면서 그런 증상이 생겼다. 책상의 구조에 따라 마우스를 쓰는 손과 팔의 자세가 달라져서 그런것 같다.

그래서 손이 편하다는 버티컬 마우스도 만들어보고, 그래도 안되서 책상에 키보드 트레이도 달아봤지만, 손목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은 찾아오지 않았다. 나중엔 급기야 버티컬 마우스의 짝퉁도 샀으나 여전히 손목은 아프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손목의 각도가 너무 틀어 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팔이 허공에 뜨기 때문에 손목에 더 무리가 가는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키보드 트레이에 나무판을 덧대어 팔뚝받침대를 만들기로 했다. 일단 팔을 대어서 어느정도 받침대가 튀어나오면 되는지 재어 보니 대충 30cm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었다.

이마트에서 나무판을 파는걸 마침 본 터라, 그걸 살까 철천지에서 주문을 할까 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철천지에서는 예전에 팔던 조각나무를 이제는 팔지 않는것 같았다. 게다가 덧댈 판자와 키보드 트레이를 밑에서 연결해줄 철물 같은것도 없었다. 선반 만드는 앵글 같은 것이 있다면 좋겠다 싶어 찾아봤는데 없었다.

그냥 임아~트에 가서 사야겠다 싶어서 나무 두께에 맞는 나사를 사야겠기에 키보드 트레이 두께를 재어 보니 15mm였다. 나무도 그정도면 나사는 25mm정도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마트에는 쌩뚱맞게 12mm와 18mm짜리만 있는게 아닌가? 에이 18mm같으니라구..   두께 12mm짜리는 폭이 150mm에 길이가 900mm짜리고, 두께 18mm짜리는 폭이 더 넓었다. 당근 무게도 상당히 더 나가는 지라 키보드 트레이에 매달릴껄 생각하니 가벼운게 나을듯하야 12mm두께 판자로 정하고 나사를 사러갔다.

마침 나사는 25mm짜리가 있어서 대충 맞겠다 싶어서 사려는데 스텐레스랍시고 몇 개 들지도 않은 한통 가격이 3천원이 넘어간다. 옆에는 20mm짜리 누런색이 9백원정도 밖에 안한다. 억울한 맘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25mm짜리 신주 버전이 2천원대에 나와 있길래 그걸로 샀다. 쓸데 없이 플라스틱통에 넣어놓고 한 열배는 받아 챙기는 것 같다.

작년에 공구 장만할때 사둔 직쏘로 가뿐하게 30cm를 잘라내고 한쪽 모퉁이를 둥글게 잘라내면서 보니 까맣게 썪은 옹이가 있다. 살때 좀 골라서 살껄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어쩔수 없지 뭐 내 팔자려니 해야지. 2mm짜리 드릴로 구멍을 미리 뚫어 주고 사온 나사를 전동 드라이버로 가뿐하게 박아서 두장을 이어 붙였다. 전동드라이버는 참 요긴하다. 손으로 나무에 나사를 받으려면 정말 힘든다. 게다가 책상 아래에 쳐박혀서 위를 쳐다보며 낑낑대며 드라이버질을 하는건 생각보다 훨씬 중노동이란걸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것이다. 게다가 요즘엔 중국인민들이 아주 저렴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이만원대에 토크 조절까지 되는 전동드라이버를 살 수 있다. 다만 드릴겸용으로 쓰기엔 앞대가리가 너무 춤을 추니 저속 드릴링이 필요한 자작파는 돈을 좀 써서 보쉬에서 나온 저가형 브랜드 스킬 정도는 사줘야 하지 않을가 싶다. 물론 모두 다 중국인민의 손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무선조종 비행기를 취미로 하거나 공구를 많이 쓰는 자작파들에게 중국은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서보를 3천원대에, 브러쉬리스 모터를 만원 정도면 살 수 있게 된 요즘이 꿈만 같다고나 할까? 예전엔 꿈도 못꾸던 일이다. 자전거만 해도 내가 10년전에 산 28만원 짜리 자전거가 요즘엔 차체도 알루미늄으로 바뀌고 가격도 더 싸졌다. 하드드라이브나 메모리만 가격이 내려가는게 아니다. 역사왜곡이니 불량식품 등등 해서 마음에 안드는 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는 존재'들'이다. 앞으로의 그들의 의미는 또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참 잘 도 샌다. 팔받침대를 만들다가 동북아 정세를 논하나? 아무튼 이 팔받침대로 만들었다고 글을 쓰고는 있으나 예전 자작 버티컬 마우스처럼 그 효용성은 두고 볼 일이다. 요즘의 통증은 도저히 그냥 참고 넘어가줄 정도가 아니다. 아무쪼록 이번엔 팔목의 통증이 씻은듯이 사라져 주길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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