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P작업은 음.. 자작파의 로망이랄까? RC모형비행기를 만드는 사람에게도 자작의 최고봉은 FRP로 비행기를 만들어보는게 아닐까 싶다.
FRP란 섬유강화플라스틱(Fiber Reinfoeced Plastic)의 약자인데, 복합소재(Composite Material)라고도 부른다. 건물옥상에 있는 노란물탱크가FRP이고, 벤치 중에 FRP로 된것 들이 많다. 공룡모형이나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의 커넬 샌더스 할아버지도 역시 FRP되시겠다. 가볍고 튼튼해서 비행기의 재료로도 많이 쓰이고 보트를 만드는데도 많이 쓰인다.
일반적으로 그냥 카본이라고도 불리는 것은 탄소섬유를 쓴 FRP를 말하는 것이다. 몇 백만원 하는 비싼 자전거 중에 카본FRP로 만든것들이 있다. 카본 자전거를 자작한 사람도 봤다. 나도 시도해보고 싶은 일 중의 하나 인데 카본천 가격이 1제곱미터에 15~20만원 정도 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몇 천원짜리 유리섬유만 쓰고 있다 --;
자작파들은 FRP로 무선조종 잠수함의 선체를 만들기도 한다. 나는 로봇의 몸체를 만들때 주로 쓰고 있다. RC모형비행기를 취미로 하고는 있지만 아직 비행기는 만들어보지 않았다. 조만간 틸트 로터기를 만들때 써보려고 한다.
지난번 펫토이봇을 만들때도 FRP로 만들었고, 이번에 만들고 있는 유조선 기름유출사고시 오일펜스를 자동설치하는 로봇인 OSP로봇의 프로토타입 제작에도 FRP를 쓰고 있다. OSP로봇은 대학원동기가 디자인해서 오사카 디자인컴피티션에서 상을 받은 것이고 내가 워킹 프로토타입(걸어다니는 시제품이 아니라 작동되는 시제품이다)을 제작중이다.
FRP제작법은 온라인에 그리 많이 올라 있지 않아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제 겨우 두번 째 작업을 해보는 초보단계지만 작업기를 올려본다.
섬유로 플라스틱을 어떻게 강화하냐면, 천으로 된 섬유에 액체합성수지를 먹여서 굳히는 방식이다. 섬유는 꼭 천이 아니라 부직포 처럼 만들어진 매트라는 것도 쓰고, 그냥 기다란 실다발인 로빙, 리본 형태의 좁은 천인 테이프, 호스처럼 생긴 것도 있다. 테이프는 올이 풀리지 않도록 오버로크 처리가 되어 있는 천이다, 접착제가 묻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천이다 오해마라.
합성수지는 취미용은 주로 에폭시 수지를 쓰는데, 물탱크나 보트 같은 큰 걸 만들때는 폴리에스테르수지를 쓴다고 한다. 에폭시는 본드처럼 두가지 용액으로 되어 있는데, 쓰기 직전에 섞어서 바르면 30분 쯤 후에 굳기 시작한다. 그러나 꼭 그런건 아니다. 경화시간은 수지가 얼마나 뭉쳐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종이컵 하나 정도 섞어서 그냥 두면 10분정도? 만에도 딱딱하게 굳기도 한다. 게다가 열도 엄청내면서 그야말로 격렬하게 굳는다. 하지만 불날정도로 뜨거운건 아니고, 손으로잡고 있지 못할정도로는 뜨거우니 조심해야한다.
그래서 에폭시는 조금씩 섞어서 써야 한다. 좀 귀찮아도 어쩔수 없다. 억울하면 더 좋은거 발명해라
FRP작업은 만들고자 하는 형태의 원형을 만들고, 그 원형을 둘러싸는 틀을 FRP로 만든 후에 그 틀에다가 비로소 최종작업물을 만드는 방식의 세단계로 이루어진다. 미술시간에 하는 석고상 만들기 작업과 비슷하다.
숫놈을 원형으로 만들면 암놈 형상의 틀이 나오고 그 틀에 다시 숫놈을 만들어 넣는 꼴이다. 일종의 쓰리썸이다 ㅋㅋ애들은 가라~
원형에다 틀을 만들때나 틀에다 최종작업물을 만들때나, 나중에 분리가 쉽도록 왁스칠과 폴리비닐알콜용액을 발라 주어야 한다. 이거 잘못하면 떡 붙어 버린다. 뭐 되는거지 걍~
원형을 만드는 재료는 가공이 쉬운 재료를 주로 쓰는데, 나는 아이소핑크라는 스티로폼을 쓰고 있다. 큰 화방에서 우드락 사이즈에 두께 5cm와 3cm짜리를 판다. 철물점에서 파는 것은 얇아서 부피가 있는 것을 만들때는 여러겹을 붙여야 하니까 번거롭다.
두꺼운 아이소핑크를 써도 한겹으로는 뭘 만들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접착을 해야 한다. 스티로폼전용 본드라는 것은 얇게 펴바르지 않으면 틈새가 떠서 작업하기 곤란해진다. 3M 77 스프레이 본드가 작업성이 좋은것같다.
스티로폼을 자를때는 열선커터를 쓰면 편하다. 무조건 커터칼로 덤비다가는 손다치기 쉽상이다. 두꺼운 녀석들은 생각처럼 컬질이 쉽지 않다. 열선커터는 사서 쓰는것도 편하지만 자작파들은 또 그런 하찮은걸 비싸게 파는걸 용서하지 못하고 직접만들어 쓴다.
니크롬선은 큰 화방의 열선커터 옆자리에 있으니 사서, 집에 굴러다니는 어답터에 이어주면 그게 바로 열선커터다. 나는 12V 850mA짜리를 쓰고있는데 열도 적당하고 딱 좋다. 그 전에는 좀 전류가 작았던가 전압이 낮았었던가 한데 좀 열이 약해서 속도가 너무 느렸었다. 그리고 필히 니크롬선의 한쪽 끝을 고정할때는 스프링을 달아 줘야 잘 끊어지지 않는다.
자작 열선커터 이제 보니 악어클립과 커넥터 같은 부품도 필요하다 --;
작업물을 강철사로 중앙에 구멍을 뚫어 책상에 고정하고 빙빙돌리면서 열선커터로 자른다.
만들려는 정확한 모양의 지그를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서 대보면서 사포질을 한다. 사포는 스티로폼 블록에 붙여쓰면 편하다. 네모난게 그냥 스티로폼이 아니라 사포를 붙인놈이다.
원하는 모양을 정확히 만들기가 힘들다면 또 다른 지그(작업용 틀)를 만든다. 위에서 만든 종이 지그에 사포를 잘라 순갑접착제로 붙였다. 스티로폼 원형에 가로줄은 접착을 잘못해서 틈도 벌어진 마당에 본드가 사포질 마저 방해해서 과감히 도려내 버렸다.
대충깎아낸 원형, 이제부터 로봇 아랫부분, 수상로봇이라 저 모냥이다. 다리는 없다
홈집을 메우는 퍼티작업중, 유화용 나이프를 쓰면 편하다.
모양이 좀 바뀌었다.
유리섬유 천을 얹어본 모습, 유리섬유는 단순 가로세로 직조(?)라서 잘만 잡아댕기면 어떤 곡면에도 들어맞도록 변형이 가능하다. 왼쪽 아래 천의 끝을 보면 어떻게 된 상황인지 감이 오지 않는가?
얇은 유리섬유를 써야되는데 두꺼운걸 쓰는 바람에 들떠서 압정으로 눌러놨다. 나중에 이 두꺼운 유리섬유를 쓴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했다. 들뜨는것도 문제였지만, 섬유 틈에 난 작은 구멍으로 페인트가 스며들어서 스티로폼을 녹이는 바람에 볼록한 부분이 생겼지만 수정할 길이 없어서 결국 최종파트에까지 그 볼록이 그대로 옮겨져버렸다는 사실 --;
에폭시 바른 유리섬유의 모습
에폭시를 바른지 한시간쯤 지나면 어느정도 굳어지는데 이때 남는 천을 칼로 잘라주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게 잘라야 한다. 잘 잘라지게 하기위해서는 남는 천에도 에폭시가 어느 정도 묻도록 해야한다. 에폭시가 묻지 않은 천은 칼로 깨끗하게 자르기가 쉽지 않다.
남는 유리섬유 부분을 잘라내고 깔끔해진 모습
우레탄 페인트를 퍼티처럼 쓰고 있는 광경이다. 부분 부분 들어간 부분에 페인트를 덧칠해서 굳히기를 반복중이다. 너무 시간이 오래걸리는 방법이다. 한번 칠하고 굳혀서 사포질 하려면 이틀 걸린다. 그 짓을 다섯번 했다. 부분덧칠만 해서 사포질을 하면 칠한 부분의 경계면을 제거하기가 어렵다. 덧칠이 어느 정도 마른 후에는 전체를 한번 더 도색해 주어야 덧칠의 경계면이 남지 않는다.
스티로폼으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서 바로 몰드를 뒤집어 씌우는건 아니다. 최종작업물의 표면을 매끄럽게 해야하니까 원형도 매끄러워야 한다. 최종작업물을 안매끄럽게 만들려고해도 그냥 몰드를 씌우면 안된다. 왜냐하면, 붙어 버리니까 --;
그러니까 그냥 매끄럽게 하는거로 한다. 스티로폼의 표면에 유리섬유와 에폭시 레진을 두 세겹 이상 적층하고, 우레탄 락카를 칠해서 마감해줘야 한다. 유리섬유 적층이 얇으면 페인트가 스며들어서 스티로폼이 녹아서 표면이 울퉁불퉁해진다. 이번 작업에서 그런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 무시하지 마시라
말은 간단한데, 이번에 이 작업만 열흘걸렸다. 물론 익숙하지 않아서 더 오래걸렸지만 세가지 단계중에 원형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오래걸리고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왜냐하면 '매끄럽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찌글찌글 굴곡도 없어야 하고 왁스칠하면 광이 날정도로 표면이 고와야 한다. 그래서 사포작업을 무진장 해야 한다. 페인트도 손으로 칠해야 한다면 그 품질이 엉망이기 때문에 역시 사포로 갈아줘야하는데, 울퉁불퉁 페인트를 광이 날때까지 사포로 갈아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도를 닦는 기분이다.
그 꺼끌꺼끌 거친 사포로 어떻게 광을 내냐고? 사포는 번호가 커질 수록 고와지기 때문에 1200번만 가도 광 낼 수 있다.물론 그전에 120번 320번 800번 사포를 거쳐 줘야 한다. 사포질은 그 이전 사포의 자국이 사라질때 까지 해야 의미가 있다. 안그러면 나중에 굵은 흠집이 남아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1200번으로 120번 사포의 자국을 없앨 수는 없다는 말이다. 삽으로 그랜드 캐년을 메우려는 시도와 같다.
우레탄락카라는게 어떤것이냐면 자동차용 페인트를 말한다. 정확히는 아크릴릭 우레탄이라고 부르는것 같다. 일반 페인트 가게에서는 잘 팔지도 않아서, 페인트 전문 온라인샵에서 샀다. 재료들의 구매처는 글 끝에 별도 정리하겠다.
원형작업때 쓰는 재료로 퍼티가 또 있다. 스티로폼 접착 부위가 틈이 있거나 실수로 파인곳을 메워줄때는 퍼티를 쓰는데, 나는 모형용 퍼티로 굳으면 석고처럼 되는것을 쓰고 있다. 퍼티도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어서, 에폭시처럼 두 가지 섞어서 쓰는 퍼티도 있는데 그 퍼티는 스티로폼을 녹이기 때문에 유리섬유와 에폭시수지작업 이후의 수정작업에나 쓸 수 있다. 난 그 퍼티는 아직 안 써봤다. 페인트를 퍼티 대용으로 쓰고 있다고나 할까..
FRP작업을 처음할때 제일 황당한 것은 붓이었다. 작업이 끝나고 에폭시가 굳기 시작하면 붓도 같이 굳어버리는것이었다. 아세톤으로 잘 빨아서 두라는데, 대충 빨아서 빼두면 그대로 굳는다. 철저하게 빨아서 두거나 아예 아세톤에 한동안 담가둬야 한다. 원형작업할때는 한 번정도 적층하고말지만 몰드나 본작업시에는 여러번의 적층을 해야하는데 그때마다 에폭시도 새로 섞고 붓도 빨아둬야 한다. 그래서 난 붓은 그냥 아세톤에 담궈 둔다. 긴 쥬스병에 약국서 산 아세톤을 두 병정도 붓고 붓을 넣고 닫아 버리는거다.
나중에 여러 번 붓을 빨게 되면 에폭시 수지가 점점 녹아들어서 어느날 아침에 보면 아세톤이 묵이 되어 있는걸 보게 될 것이다. 그때에 붓도 함께 있다면 함께 붓이 들어 있는 묵이 제조된다. 아세톤은 정도껏 써야지 평생 쓸 요량으로, 뚜껑열면 날아갈까봐 바로 닫고 그래봐야 다 소용없다. 화공약품상에서 큰통으로 사두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아세톤에 빨아둔다고 붓 또한 평생쓸수 있는게 아니다. 아세톤이 없다면 한번작업에 붓이 열개라도 모자라지만 빨아쓰면 몇번의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아세톤에 담궈 두지 않으면 굳어 버리기 쉽상이다. 잘 빨았다고 밖에 내 놓았다가 굳어서 버린것도 몇개 된다. 또 어쩌다 급속경화가 일어나면 붓도 함께 굳어버린다. 붓도 소모품이다. 그러나 다행히 싸다. 화방서 1200원정도 하는 하얀털 붓이 있어서 잘 쓰고 있다. 온라인모형점에서 에폭시와 함께 파는 붓은 털이 너무 잘 빠지고 가격도 파는곳 따라 들쑥 날쑥이다.
에폭시는 중량비로 섞어 줘야 하기 때문에 저울이 필수적이다. 종이컵도 한줄 정도사서 섞을 때 쓴다. 섞을 때 젓는 아이스바 막대도 여름에 잘 챙겨 두던지 사서쓰든지 한다. 모형용 FRP재료를 온라인으로 파는 곳은 www.rclabshop.co.kr이 거의 유일한데, 거기서는 두 가지 에폭시 수지를 판다. 10:4 비율로 수지와 경화제를 섞어 쓰는 것과 10:2비율 짜리가 있는데, 10:4 짜리가 하루만 지나도 끈적이지 않고 잘 굳는 대신 너무 빨리 굳어서 재빨리 작업할 필요가 있다. 조금씩 섞어 쓰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10:2짜리는 굳었을때 약간 유연한 편이고 얇게 적층하면 며칠이 지나도 표면이 끈적끈적하게 하다.
에폭시는 섞은 용액의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면서 굳는다고 하는데, 10:2 에폭시는 너무 얇으면 열이 모두 발산되어 버려서 그런지 잘 안굳는다. 그래서 나는 표면부에는 10:4짜리를 쓰고 안쪽에 들어가는 층에는 10:2짜리로 여유있게 작업한다. 처음작업하는 사람은 10:2로 시작하는게 좋을것이다. 유리섬유 천을 펴고 에폭시 바르고 하는게 굉장히 바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형은 가급적이면 곡률반경이 작게 나오도록 설계 하는게 좋다. 안그러면 유리섬유가 들뜨기 쉽다. 어쩔수 없이 굴곡이 심해지면, 몰드제작시나 최종작업시 조각천이나 로빙등을 그 부분에 덧대 주는 방법을 써줘야 한다.
아직 몰드작업도 안갔는데 너무 길어졌다.
나머지는 다음글로 넘긴다. 내일 일을 오늘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고 한다.
- 구매처 정보 -
www.rclabshop.co.kr : 에폭시수지 2가지, 각종 형태의 유리섬유, 탄소섬유, 이형제용 왁스, 이형제용 PVA, 몰드 만들때 쓰는 표면에 쓰는 겔코트용 에폭시, 작업시 쓰는 수술용 고무장갑, 롤러, 붓 등 아세톤 빼고는 다 있다. 붓이 하나에 2500원
강남화공약품: 아세톤 1.5L, 4L통으로 판매
폴리퍼티: 옥션, 지마켓 등
조이페인트: 2액식 아크릴릭 우레탄 페인트, 신너는 T1021 유니올 신너를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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