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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It Yourself

가난한자의 더치 커피 메이커 Ver. 2

어제 더치 커피를 만드는 워터 드립 장치를 만들어서 오늘 한잔 마시고 있다. 지금까지의 커피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다. 쓴맛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모카포트로 뽑았을때보다 쓴맛이 덜하고 향이 좀 신선하다고 해야되나? 아무튼 전에 느껴보지 못한 깊은 맛이 느껴진다. 

맛이란건 말로 설명해야 별 의미가 없다. 뽑아서 마셔보시라. 싸고 쉽게 만드는 법을 나름대로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카페뮤제오의 스텔라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몰라서 그쪽엔 올리지 안겠지만 (않으려하다가, 그곳게시판에 다른분도 이미 올리셨길래 나도 올렸다^^)  이미 자작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 장비가 비싸서 진입하지 않는 분들을 끌어 들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드리퍼나 여과지, 또 커피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심 자부해본다.

어제 만든 장치는 뿅가리스웨트를 먹고 남은 뚜껑달린 PET병을 이용했다. 우연히도 뚜껑에 미세한 균열이 나로로 몇개 나 있어서 미세하게 물이 나오는데 도움이 됐는지 몰라도 여전히 10초에 한방울씩 떨어지게 조절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이지만 매번 음료수병 뚜껑을 0.01도씩 좌우로 돌려가며 물 떨어지는 양을 조절하다가는 제명을 다하지 못할것 같았다.

그래서 물조절법을 고심하다가 든 생각이 링거용 주사액조절기를 쓰는 방법이었다. 약국에서도 팔것이니 구입하기도 어렵지 않을것 같아서 당장 나가서 사오려고 주머니의 동전들을 모아서 들고 집을 나서다가 썰렁해서 다시 들어와 옷을 한겹 더 입고 나가서 사왔다. 가끔 이럴때 쌓인 동전을들 써주면 기분이 매우 좋다. 가격도 착하다. 단돈 천원이다.

자 그럼 세팅사진 나간다. 배경이 다소 정신없지만 워터 드립 장치에만 집중하면 배경이 흐려질지도 모른다.


고무호스를 자르려고 했으나 마땅히 물병을 걸만한 곳이 없어서 책장에 나사를 박고 걸어버리는 바람에 긴 호스의 길이가 나름 쓸모가 있어 보였고, 또 나중에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안자르고 널어놨다.

드리퍼위에 호스를 걸기위해서는 전에 태양열 쓰레기 건조기 만들기 쓰던 성형보조용 틀을 이용했다. 이글을보고 자작을 하려는 분들에게는 나름대로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되겠다.


음료수 병뚜껑에 지름 5mm의 구멍을 뚫으면 주사기세트의 링거병에 꽂히는 굵은 플라스틱바늘이 딱들어 맞는다. 꽉끼기 때문에 물도 새지 않는다. 드릴이 없다면 정확히 5mm의 구멍을 뚫기란 힘든일이다. 평소에 아무런 자작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가난해도(?) 그냥 34,000원짜리 워터 드립 그냥 사는게 싸게 먹히지 않을까 싶다.

링거주사기의 장점은 물양조절이 세밀하기도 하지만 물병에 꽂는 부분에 공기들어가는 관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물병 위쪽에 따로 공기들어가는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워터 드립을 위해 만들어진 장비라고나 할까?

위에 언급한 어떤 자작파아저씨는 화학실험용기기들로 조합을 하느라고 4만원이나 들였던데, 아마 당시엔 저렴한 워터 드립이 출시되기 전 이었기를 바래본다.



사실 저렴한 이와키의 워터 드립을 쓰더라도 물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다. 카페뮤제오의 이와키 워터 드립 제품 설명에 보면 서너명의 박사님들의 물량조절비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아마 내 방법이 그중 비용은 가장 비싸지만 효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자부해본다.

그럼 동영상 나간다. 촬영은 코닥 ZX-1 서브HD 캠코더로 했다. 요즘 삼성에서도 이런 류의 간단한 캠코더가 나왔지만 원조는 Flip이라는 제품이다. PureDigital이라는 미국 회사에서 나온것인데 정말 기본기능에만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 앤드 심플리시티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내 표현은 왜이리 단순하지 못한가?) 미쿡 캠코더 시장에서 판매대수로 1위를 한 제품이다. 잡다한 기능을 마구마구 쑤셔 넣는걸 좋아하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업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이팟을 비롯한 애플의 제품들이 그랫듯이 말이다.



현재 12초에 한방울씩 떨어지고 있는 물방울을 가만히 보니까 물이 통과하지 않는 커피입자가 매우 많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드리퍼가 위로 갈수록 넓어지기 때문에 위쪽의 커피가루 중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애들은 물맛을 별로 보지 못하고 있다.

원뿔형태 보다는 원기둥 형태가 아무래도 물이 골고루 커피입자들을 거치게 되는것이 당연하겠지. 그러니 판매하는 워터 드립들도 커피 들어가는 통이 원통형으로 생겼겠지. 그러나 생각보다는 좁고 길지 않다. 세척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정도 만으로도 충분한 것일까? 

길고 좁은 커피통을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작이 더이상 비용절감이 되지 않는 (일반적인)상황으로 치닷는 기분이 든다. 커피 위에 얹은 직경 56mm짜리 여과지에 맞는 아크릴 파이프를 사다가? 아니지 이미 내 방엔 그런 직경의 아크릴 파이프가 있다. 지난번에 뭐 만들때 사뒀던건데 이렇게 딱맞을 수가?

그럼 다음엔 자작 워터 드립 Ver. 3를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