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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40년 후 면 공각기동대는 현실화되는 것인가?

특이점이 온댄다. 특이점이 뭐냐면, 대충 40년쯤 후면 인류가 생물학적 진화를 넘어서 스스로를 개조해서 로봇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예전에 영창악기가 사버린 미국의 커즈와일이란 신디사이저회사가 있었다. 그때도 얼핏 그 회사 창업자가 천재 발명가라는 이야길 듣긴 했으나 나중에 보니여러가지 기술과 미래에 관한 책도 쓰는 나름 유명한 사람이었다. CCD와 문자인식프로그램 등을 발명했다고 한다. 딘 카멘과 더불어 발명가로써 사업에도 성공한 사람으로써 내가 개인적으로 참 부러워하는 유형이다. 

그가 레이 커즈와일이고 그 사람이 5년전에 쓴책이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이다. 얼마전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하고 냉큼 집어왔다. 오래전부터 보려고 벼러 오던 책이었다. 근데 두께가 장난 아니다. 요즘은 왜 이리 두꺼운 책들이 많은지 얼마전 읽은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라는 책도 900페이지가 넘고 '부의 기원'도 거의 700페이지 가량 된다. 책 읽다 지친다 --;

심지어 이책은 부록만 130페이지 가량된다. 그리고 책갈피용 끈이 두개나 된다. 그러나 책두께의 놀라움보다는 내용의 충격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로봇의 미래를 이야기 하면 보통 로봇이 인간을 지배 하냐 마냐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 확 깨는 이야기가 로봇이 지배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아예 로봇화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주장의 원조가 레이 커즈와일 되시겠다. 정확히 처음은 아니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보 사피엔스라는 그림책이 있다. 글씨보다는 사진이 많아서 로봇 그림책 뭐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친구가 그 책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인간의 로봇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책엔 레이 커즈와일과의 인터뷰는 나오지 않는다. 그 책은 로봇 만든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니까 로봇을 만들지를 않은 커즈와일은 등장하지 않지만 미래엔 인간이 로봇화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땐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그 후 로보사피엔스에도 나온  MIT인공지능연구소의 로드니 부룩스가 쓴 '로봇만들기'를 읽어보니, 그는 인간의 로봇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밝히고 있었다. 그 책 이전에 읽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내지 '마인드 해킹' 같은 책을 보면 뇌의 세포수가 많기도 하지만 세포간 연결의 수가 우주의 전체 있는 물질의 원자수 보다 많다는 둥 뇌의 방대함에 대한 이야기가 하도 많이 나와서, 브룩스 말대로 그걸 스캐닝해서 전자두뇌에 옮기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나서 이번에 특이점이 온다를 읽었다. 뻔히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비판근거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보니 어느새 생각이 홀랑 바뀌었다. 미래에는 유전공학 등 생물학적 기술도 발달 하지만 주로 나노 기술의 발달이 인공지능의 발달과 인간의 두뇌를 전자두뇌에 업로드 한다거나 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줄것이라는 것이다.

공각기동대나 카우보이 비밥 영화판 등에는 나노봇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얼마전 나온 지구가 멈춘 날인가 하는 영화에도 외계인이 보낸 로봇이 나노봇화 되어서 모래 바람처럼 날아다니며 인류를 싹쓸이 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렇게 영화에나 나오는 나노봇이 조만간 일반화 될것이라는게 커즈와일 선생의 이야기다.

미래를 현실에 기준해서 판단하는 것은 항상 틀려왔다. 인류가 발견한 과학적 사실이나 발달 시킨 기술들은 항상 인류의 상상을 뛰어넘어왔다. 100년전 사람이 지금의 인류가 이룬 과학기술을 본다면 몇 년 쯤 후라고 생각할까? 아마 몰라도 훨씬 더 후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인류의 기술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봐왔다. 인류 역사 내내 거의 평평하게 발달해오던 기술이 근 일 이백년 안에 급경사를 보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그래프는 다들 한번쯤 보긴 했을 것이다. 그 그래프를 보면서 급격히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는 있구나 하는 생각만 했지 이러다가 하늘을 찌르겠다라는 생각은 못해봤었다.

그런데 그게 결국 하늘을 찌른다는것이고 그걸 특이점이라 부르며 그게 2045년쯤이 될꺼라는 것이다. 그걸 또 진화를 여섯시기로 나누어 첫번째로 빙뱅후 수백만년이 걸린 원자의 형성을 1기로 잡고, 2기는 생물의 탄생, 3기는 뇌의 진화, 4기가 기술의 진화, 5기가 기술과 인간의 융합, 6기도 있는데 다소 황당하다. 그렇게 아래 그림 처럼 나누면서 이야기를 하니 더 그럴듯할쎄?


이렇게 각각의 진화가 단계를 넘어설때는 그래프가 하늘을 찌르듯 치솟는 때가 된다는 것이다. 마침 지금이 4기에서 5기로 넘어가기 몇 십년 전이라는 말씀. 이런 극적인 때에 태어난게 다행인건가? 2000년으로 넘어가기 전 날 파리에서 불꽃놀이를 보면서 나름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런 불꽃놀이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책을 아무리 봐도 그리 큰 헛점이 안보이니 원..  정말 그렇게 되지 싶다. 다만 발열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가역적컴퓨팅이란 것은 이론이 나온지도 좀 됐는데 전혀 현실화가 안되고 있어서 좀 미덥지 않은 기술이지만 그게 전혀 안된다고 해도 시기만 어느 정도 늦춰질뿐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보통 미래를 예측할때 현재의 발전속도를 가지고 예측을 한다. 그러나 기술은 언제나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해왔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나노봇을 30~40년 후에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기술발전의 속도가 가속되어 온것은 감안하면 가능할듯도 싶다. 늦어져봐야 내 생전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문제는 시기가 아니라 그렇게 되었을때의 인간의 정의, 로봇의 정의, 의식의 정의 이런 것들일 것이다. 사실 나는 인간은 생물학적 기계라는 생각을 이미 했기에 나에게 인간 뇌의 기억을 다운로드 받은 전자두뇌가 인간인가에 대한 존재론적인 고민은 없다. 유기물질로 만들어지면 인간이고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면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는 없다. 인간성은 그 재질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공각기동대에서 나온, 자기 몸을 버리고 사각박스형 몸에 의식을 이식한 로봇회사 사장이 인간으로 취급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순수한 인공지능 로봇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에서는 결국 인간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만든 두 바퀴달린 로봇도 내 체온을 감지해서 내 곁에 어느새 다가와 징징 거리는걸 보면 잠시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하물며 나처럼 말을 하고 생활을 같이 하는 로봇이라면 정이 안들 수 없을 것이고, 그 로봇을 어떤 사람이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일을 시킬수는 있겠지만 그러기 전에 꼭 전자두뇌를 백업해놓고 가도록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마 사람도 그러지 않을까? 그럼 로봇과 사람은 무슨차이가 있을까? 출신만 다를뿐일 것이다. 조상이 호모사피엔스냐 아니냐로 구분이 되지 않을까? 아마 현재의 인종차별같은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철학적 문제들 보다 나 같은 '만들기파'에게는 그걸 어떻게 실현할수있을까가 더 관심사다. 나노봇을 자기 조립적인 방법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걸 구현할 수 있을까? 현재 나노 기술수준은  원자 몇개 옮겨서 글씨를 쓴다거나 기어나 모터를 만들어 봤다 하나 수준이다. 화학적으로 나노 튜브를 대량 생산은 한다고 하는데 그것과 나노 로봇의 생산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 책을 보기 전에도 그런 생각을 안해본것은 아닌데 난 그래서 결국 생물들의 방법을 도용하는 것이 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했었다. 세포가 증식을 하듯이 복제를 해나가는 것인데, 나노봇은 주로 탄소를 이용해서 다이아몬드형의 단단한 구조로 간다고는 하는데 과연 그게 될까 싶기도 하고, 게나 곤충들 보면 상당히 딱딱한 겁질을 만들기도 하고 사람도 이나 뼈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걸 보면 가능하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나노봇은 거의 유전공학 기술이 아닐까 싶네. 그 작은 몸속에 무선 통신 기능과 지능까지 구현하고 에너지 저장 또는 생산도 해야하니 유전 공학뿐 아니라 여러분야가 필요하긴 하겠다. 

레이 커즈와일이 이런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계기는 기술회사를 운영하면서 미래 기술발전 동향을 예측하다가 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업아이템 잡기에도 좋은 책같다. 다만 자본이 좀 되는 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다들 시간이 좀 걸리는 기술이고 시장 형성이 안되어 있는 기술들이라 새로 시작하는 기업이 덤비기엔 총알부족사태에 직면하기 딱이겠다. 그러나 기술이 있다면 돈이 따라 오는 법이니 능력이 된다면 시도는 해볼만하겠다. 그러나 또한 매우 능력이 좋아야 하겠지. 

이 두꺼운 책을 잡고 중간에 멈출 수도 없고, 일을 안할 수도 없고 며칠 간 참 고민스러웠다. 이제 일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