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목은 제프리 밀러의 The Mating Mind(연애)라는 책의 뒷표지에 써 있는 말이다. 참 어울리지 않는 번역서의 제목이라서 괄호안에 넣어줬다. 처음 이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연애에 관한 사회적 문화적 고찰 정도 되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읽다보니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이었다. 그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분야의 책인 것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오는 느낌으로는 전혀 진화나 심리학적인 느낌이 안와서 그런지 서평이 스티븐 핑커나 리처드 도킨스에 비해 블로그 서평이나 언급이 비교적 드물다.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연애라는 제목의 책은 왠지 진화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선뜻 손이 갈 만한 책은 아닌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뒷 표지에 있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제목을 지어서 진화심리학의 냄새를 풍기며 앞표지에 걸어줬다면 좀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만큼 내용은 훌륭하기 때문이다. 전반부는 문장이 읽기가 그리 쉬운 책은 아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읽기도 편해지고 설명이 쉬워진다. 거의 한달에 걸쳐 조금 조금씩 읽어서 더 그런지 모르지만 잘 안읽히기 때문에 그렇게 늘어졌다고도 생각된다. 이게 아마 서평이 드문 이유도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전반부는 머니 사이언스 이후로 가장 힘들게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부차적인것은 그렇다 치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참으로 획기적이고, 정신번쩍들게 해주는 통찰이 가득하다. 이 책에 앞서 인간이 왜 이런 모양과 행동양식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관한 내용으로 내 머릴속을 확 뒤집어 주었던 데스몬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라는 책이 있었다. 대학때 그 책을 보고 정말 거의 내 사상이 전환되는 듯한 충격을 받았었고 당시 그 책이야기를 보는 애들 마다 하고 다녔었다.
인간은 너무 인간을 '인간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 책을 읽고 인간을 동물과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로 생각하는 모 종교의 편협한 세계관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의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그 책을 통해 사랑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내 나름의 정의도 하게 되었다. 이쯤되면 내 사상에 충분히 큰 영향을 미친 책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학문 분야나 제도에서 인간은 너무 인간을 동물과 동떨어진 특별하게 고귀한 존재인 양 착각하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착각하에서는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자꾸 현실이 왜곡되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자꾸 문제를 꼬이게만 하기도 한다.
그러한 인간의 기원 파악 시리즈중에 두 번째가 이 책이다. 물론 내가 읽은 순서를 기준으로 할때 말이다. 내용 면에서 있어서는 단연 첫번째가 아닐까 싶다. 털없는 원숭이는 읽은지가 거의 20년이 지나서 내용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세세한 면에서는 이 책과 상충되는 내용도 다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인간을 동물과 동떨어진 특별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전반적인 태도는 같다. 털없는 원숭이는 주로 인간의 외모가 이렇게 만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만 다르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이타심이나 미술의 기원 등 문화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 폭이 넓다.
이 책에서 가장 흠씬 두들겨 맞고 떡이 되는 학자라면 에리히 프롬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에도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에서의 정신분석학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진화심리학에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고 본다. 마르크스 주의 등 비슷하게 물러나 주어야할 분야들이 몇 있다. 물러나주어야할 분야들이 거의 인간을 동물이 아닌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는데서 문제가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을 동물이 아닌 특별한 존재로 본다는 것은 진화를 인간 행동과 형태의 기원으로 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과학적이고 신화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난무하게 되어 그 동안 인류를 엉뚱한 길로 헤매도록 만들어 왔다.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중의 일부인 성선택론에 대한 책이다. 다윈이 벌써 간파했으나 인간을 너무 인간적으로 보는 학자들 때문에 성선택론은 터부시되고 무시되어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아직 마르크스 주의나 정신분석학같은 상대적 학문적쓰레기(?)에 비해 거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진화론중에서 자연선택론은 애초부터 인정 받았으나 성선택론은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성선택론은 이성의 선택에 의해 뛰어난 특질을 가진 녀석이 선택 받고 그것에 의해 그런 특질이 대를 이어 더욱 강화되어 간다는 것인데, 당시 서양 학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 처럼 성이야기만 나오면 숨기고 감추려 들었었나보다. 그러니 진지한 학문계에서 그런 논의가 제대로 될리가 없었겠지. 우리는 아직도 그런 마당에 누굴 흉보랴.
결론은, 남자의 지위나 재력이 여자의 관심을 더 끌고, 여자의 외모가 남자의 관심을 더 끄는 것은 짝을 고르는 선택을 할 때 그런 상대가 유전적으로 더 우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선호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남자가 보는것이 여자의 외모 만이 아니고 여자가 보는 것이 남자의 지위나 재력만이 아니라. 무척 여러가지를 본다. 이 점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 많은 솔로들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성격과 외모와 집안 사정 등 여러가지 조건을 들이 댄다. 대 놓고 말은 그렇게 안 해도 머리 속으로 누군가와 사귈까 말까를 고민할때 어느 한가지 면만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단순히 그이야기가 이책의 내용이냐하면 그건 아니올시다. 미술의 기원도 성선택으로 본다. 공작새의 꼬리가 멋지긴 하지만 생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이듯이, 멋진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 생활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지표는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그런 남다들을 선호했고 그러다보니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이 점점발달하게 되어 현재와 같은 인간의 그림그리기 능력이 발달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유전자는 공히 아들과 딸에게 전달되어 여자들도 엇비슷하게 미술적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인간 지능의 발달 자체가 그러한 성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대충 먹고 사는데에는 이정도까지 학문을 발달시킬 필요까지는 없는것 아닌가 말이다. 인류가 이런 고도의 과학 문화를 이루게 된 것은 유전적 우월성을 인정받기 위한 피나는 노력, 그러나 의식적인 노력은 아닌 자동적인 노력이 대를 거쳐가면서 쌓여 온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언어의 발달도 성선택의 결과라고 한다. 언변이 뛰어나다는 것 또한 우수한 유전자를 지시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언변이 뛰어난 남자도 여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아서 그것이 여러 대를 거치며 인간의 언어 능력이 발달 되었다는 것이다.
여자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화장을 하거나 미니 스커트를 입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여기서 증명 되는 것이다. 여자들은 의도적으로 남자에게 이쁘게 보이려고 화장을 하거나 옷을 덜 입지는 않는다. 단지 이쁘고 섹시하게 보였던 여자들이 더 선택받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치장하는 능력이 발달해왔기 때문에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날씨도 매우 추운데 왠지 모르게 미니스커트를 입고 싶을때는 조상탓을 하라.
585페이지 짜리 두꺼운 책을 몇 마디 글로 담기에는 너무 벅차다. 이것 저것 다 쓸어 담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잘 기억도 안나고 독후감 쓰다가 책을 다시 읽게 될 것같아서 여기서 마친다. 역시 후기를 쓰기에도 쉬운책은 아니나 우리가 알아두어야할 내용들이 가득이다.
책에서 저자는 음악의 기원도 흥미로운 주제이나 이책에서 한꼭지로 다루기엔 너무 큰 덩어리라 다음기회를 노리겠다고 했다. 나는 그보다 종교의 기원도 이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동물로서의 인간에게 별 소용도 없는 것이 이렇게 크게 자라났다는 점에서 언어나 학문들과 유사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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