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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o make - Planning

문제 정의의 중요성 -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에 대한 논의와 관련하여

신제품개발 프로젝트의 여러 단계 중에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문제 정의 단계이다. 문제정의를  잘 못하면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 정의를 잘 못해도 다른 것을 잘하면 중간 정도는 될수 있는 수준의 중요도가 아님을 잘 알아두길 바란다.

그 이유는 프로젝트 초기의 결정일수록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총을 쏠때 총구 끝이 조금만 움직여도 몇백미터 앞의 표적에는 흔적도 못남기거나 명중하거나 하는 큰 차이를 나타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다. 해결책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윤곽이 잡혀 가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목표에 해결책에서나 나와야할 내용이 이미 들어 있다는 것은 문제도 읽어보기 전에 답을 써내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많은 프로젝트에는 그 제목에 벌써 해결책에서나 언급되어야할 단어들이 나오기 쉽상이다.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에 관한 논란을 들여다 보면 문제 정의가 잘 못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식별코드로써 중복이 되지 않아야 하는 웹사이트의 아이디와 같은 것이다. 이름이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개인간의 구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디는 공개되어야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름을 알리지 않고 어떻게 나를 알릴것인가? 이메일 주소에도 앞에는 아이디가 붙고 뒤에 사이트 주소가 붙지 않는가?

주민등록번호는 애초부터 비밀로 유지되어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비밀번호처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본인으로 간주한다는 가정 자체가 심각한 문제인것이다. 성인인증같은 것이 대표적인 것으로써 서비스 자체가 넌센스인것이다.

개인의 식별과 본인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두가지가 모두 있어야 한다. ipin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식별 코드를 만들어서 비밀로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구태의 반복일 뿐 해결책이 아니다. 또 하나의 주민등록 번호를 만드는 것인데 그것이 식별번호이기 때문에 알려질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또 문제가 생기고, 그러면  또 바꾸고 알려지고 문제 생기고..이런것을 영원히 반복할 것인가?

주민등록번호는 아이디로서 공개되어도 무방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하는것이고, 본인 입증을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도입해야되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도 본인입증이 가능하겠지만 관련 프로그램이 번거로울 뿐 결국엔 비밀번호와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은행등에서는 지금처럼 공인인증서를 쓰면 되겠지만 성인인증이나 사이트 가입시 본인 확인을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도입해서 확인하는 것이 확실한 해결책이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와 비밀번호를 인증해주는 서버를 직접 운영하여 비밀번호가 서버 수준에서 새어나가는 일을 막아야 한다. 세금 받아서 뭐하나 그 정도는 정부가 해줘야할 서비스이다. 적어도 전자정부라고 외치고 있다면 말이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으로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성인인증을 하는 사이트는 인증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알아기지고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 바꿔야할 것은 바로 그 부분이며 그 부분을 고치는 것이 주민등록번호와 매치되는 비밀번호를 만드는 것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여러 기관과 개인의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다시 주민등록 번호를 비밀번호로 인식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 바로 문제 정의의 잘못으로 인한것이다. 문제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시대에 필요한 개인식별수단과 인증 수단의 마련이었다.

이제와서 되돌리려니 사회적 혼란까지 초래하고 있는 너무 큰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똑같은 중요성을 지니는 것이 문제정의이다. 돈만 수억쏟아붓고 쫄딱망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으면 대충 생각나는대로 프로젝트 주제를 잡아도 된다.

그러나 문제정의가 이렇게 잘 못되면서도 반복되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것은 문제정의가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니 인간이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티핑포인트나 행동경제학 같은 책에 보면 인간의 직관이 얼마나 취약한가, 인간의 합리적 판단력의 한계에 대한 예를 드는 퀴즈들이 몇개 나온다. 심리학에서는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적 귀인 오류에 빠지기 때문에 모두가 같이 벼랑으로 몰려가서 바닷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문제정의는 다양한 관점과  주제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