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는 시각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동물에게 있어 시각의 필요성은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식물에겐 없는 눈이 동물에게만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요즘 컴퓨터 영상처리를 공부중이라 그 사전정지작업 삼아, 뇌의 기능에 관한책이나 인지 심리학 분야의 책을 좀 보고 있다.
그런 책들을 보다가 알게된 사실한가지 써보려고 한다. 사실 요즘 너무 글을 안써서 이런 작은 꺼리라도 올리면서 시동을 걸어보려는 속셈이다.
사람은 시각인식을 할때 보이는 그대로가 의식의 단계로 들어오는게 아니라고 한다. 명암의 차이로 오목, 볼록을 느끼는 것이 그 예이다. 아래 지형도를 보면 나뭇가지 처럼 뻗어 지나간 허연부분이 길인데, 그 부분이 가장 튀어나와 보이고 다른 부분이 움푹 들어가 보인다.
그러나 지도의 오른쪽 상단의 '지형'도 보기 버튼을 눌러보시라. 실제 지형은 그 반대임을 알게될 것이다.
그러면 이번엔, 위 지도를 캡처해서 뒤집은 아래 사진을 보라.
어떤가? 볼록 튀어나와 보이던 길 부분이 쏙 들어가 보이지 않는가? 거꾸로 보니 이제 지형도와 매치가 된다.
왜 이런일이 생길까?
사람의 눈은 명암의 차이로 입체감을 인식할때, 빛이 위에서 아래를 향해 비친다고 가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두운 부분을, 위에서 비춰진 빛에 의해 그늘진 부분이라고 자동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지도는 기본적으로 북쪽을 위로 표시하기 때문에, 위성사진들도 같은 방향으로 보여지고 있고, 그래서 남쪽에서 비치는 태양빛에 의해 북쪽인 위쪽에 그늘이 생기고 그래서 사람눈에 교란을 가져오는 것이다.
맨위의 구글 위성사진 같은 경우는 그런 사람의 자동적 인식을 고쳐줄만한 단서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의식적으로 제대로 보려고 해도 안된다.
그러나 건물들은 북쪽면이 어두워도 쏙 들어가 보이진 않는다. 항공사진이나 위성사진은 찍는 방향에 따라 건물의 경사가 다르게 보인다. 아래 아파트 사진은 일부러 남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골랐음에도 건물이 움푹 들어가 보이진 않는다. 북쪽으로 기울어진 사진은 건물의 북쪽면이 나오지도 않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도 없다.
땅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그다지 입체감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다만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사진도 뒤집어 봤다. 음 역시 그림자까지 아래쪽에 있으니 입체감이 더 깔끔하게 느껴지는것 같다. 나만 그런가?
사실 이 글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와서 쓰게 된게 아니라. 오늘 계룡산 지도를 보다가 눈이 쌓인 하얀 부분이 모두 산의 남쪽에 있는 기이한 광경을 보고 나서, 내 스스로 시각인식의 오류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아래 계룡산 항공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산의 남쪽에만 눈이 쌓인 아주 기이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오른쪽의 마을에서 부터 보기 시작하면 마을이 고지대로 보이기 까지 한다.
그럼 이제 뒤집어진 아래 사진을 보자. 마을은 다시 쏙 들어가고 어둡고 눈이 쌓인 북쪽을 아래로 보내니 산과 골짜기가 제대로 보인다.
왜 도사님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는지 이제 알듯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시각의 자동 처리가 이것 뿐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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