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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둘레산길잇기 7구간 1부 거칠메기고개 - 용바위고개

대전둘레산길잇기 7구간 '1부'가 된건 늦게 산행을 시작하는 바람에 중간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대전둘레산길잇기 카페에서 보니 산행시간이 거의 8시간에 육박하는 코스라서 어제 일찍 일어나는 주문을 외우면서 잤건만, 야행성인간이 주문하나로 주행성으로 바뀌기는 힘들었다.

7구간은 카페에 올려진 지도가 산행기와 달라서 지도상에서 등산로 입구를 찾는 것 부터가 힘들었다. 마침 등산로 바로옆이 국방과학연구소라서 다음지도에는 연구소가 숲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최대로 확대 되면서 노모(업계 용어로 No! 모자이크를 뜻함)인 구글.com지도까지 봐가면서 입구를 겨우 감잡을 수 있었다.

위 지도의 노란길이 101번 버스 종점엔 안산동 정거장에서부터 등산시작점인 큰길에서 꺾이는 곳을 지나 국방연구소 철조망을 따라 간 오늘 나의 코스 시작이다. 빨간색 길에 대한 이야긴 나중에 나온다.

안산동 버스종점에서 바라본 국방연구소 철조망이자 오늘의 등산로. 언덕위의 산에 난 길이 철조망이다. 이 사진에서 보이는 각도로 그대로 철조망을 향해 직진을 해도 무방할듯하다. 


큰 길가를 따라 거칠메기고개라고 불리는 오늘의 등산로 입구까지 간다.  가는길에 대전 당진간 고속도로 진입로 공사장을 지나게 된다.

카페글에 있는 사진엔 없던 것이 불쑥 솟아있다. 충남 보다 충북이 더 중심에 가깝지 않나? ㅎㅎ 여기서 우회전하면 등산로 입구다. (시작시간 오늘도 오후3:32)

우회전하자마자 찍은 사진. 약간의 오르막으로 시작한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자마자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물론 표지판은 없다. 아무생각없이 왼쪽길로 가다가 오르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오른쪽길로 올라갔다.

약간 오르니 길을 걸을때는 안보이던 공사중인 고속도로가 보인다. 난 길 뚫는거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증상이 있다.

위 사진이 맨 처음 등산로입구 개발새발 그려논 사진에서 빨간색길로 그려놓은 코스로 가면 가게될 듯한 길이다. 저 아래가 거의 내가 내린  버스정거장 부근이라서 한참 돌아온 느낌이다. 

개척정신이 투철한 사람은 가볼만하다. 그러나 요즘엔 저길로 가려면 공사장을 통과해야할듯하다.

지겨운 철조망만 한참 따라가다 보니, 철조망이 내가 지겨운줄 어떻게 알고 특별 쑈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마 옆에 서 있는 바위가 굴러가다가 만든 듯하다. 쇠가 스타킹 잡아 댕기듯이 저렇게 늘어나 있는걸 보면 ..  역시 신기하다 --;

철조망이야기가 나온김에 오늘의 등산로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최악이다. 능선 바로 밑이라 볼것하나 없는 위치에 철조망만 내리 쳐져 있는데다가, 철조망 옆에는 맨흙이 드러나 있는데 푸석푸석 무너져 내리기 일쑤이거나 공사할때 부서진 석재들이 깔려있어서 걷기가 아주 거시기하다.

국방과학연구소를 지나서 노루봉을 지나야 비로소 등산로 같은 길이 나온다. 저 철조망옆길엔 사람도 잘 안다녀서 온갓 잡목들이 자라고 있어서 쉬임없이 몸을 더듬질 않나, 게다가 가시나무는 왜 그렇게 많은지? 걸리고 찔리고 장난 아니다. 한 번은 스위스 군용칼의 톱을 꺼내서 가지를 다 잘라버리기도 했다.

가시나무에 하도 시달려서, 가시나무들을 잘라버릴 전정가위가 달린 등산 스틱까지 '아주 그냥 디자인을' 했다. 

길이 안좋아서 그런지 사람도 없다. 저 철조망옆길을 가면서는 한무리의 어르신들을 밖엔 못봤다. 10시에 출발하셨다고 하신다. 이미 6시간을 오신것이다. 그때 이미 시간은 4시를 넘어 가고 있었다.

가끔 철조망을 벗어나면 엄청난 경사가 기다리고 있는데, 바위길이 아닌 흙길이 경사가 심하니까 '아주 그냥' (장기하식 용어, 장기하의 '별일없이 산다' 참조) 안좋다.  경사가 심해도 바위길은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지만 저렇게 막 무너지는 흙길이 60도 이상의 경사로 펼쳐져 있으니, 밧줄이 아니었으면 손을 흙속에 찍으면서 올라가야 했을것이다.

철조망지대를 벗어나니 나무들 틈으로 겨우 산 아래 동네가 보인다. 다음지도에 그냥 숲으로 표시된 자운동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 저동네를 지겹게 걷게 될 줄은 몰랐다.

옛날 이야기엔 무슨 동물들이건 일단 살려주면 꼭 보답을 한다. 우리 조상들의 동물애호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신기한건 동물들은 명당자리 하난 정말 잘찾는다는 점이다. (오후 5:40)



오늘도 어김없이 표지판시리즈 (오후 5:53)

나뭇가지들 때문에 아래가 제대로 안보였는데 간만에 시야가 트였다. 저 멀리 정부 청사도 보이고 홈플러스유성점도 보인다.

이 코스도 여전히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공군대학아파트가 있는걸 보니 공군대학이 저 아래에 있는것 같다.

아까 본 노루봉이 금병산 정상인줄알았더니 아닌가보다. 금병산 정산인듯한 곳이 나타났다.

산 아래 아파트들이 오른쪽으로 좀 더 흘러갔다. 그외엔.. 뭐 별거 없다.



수운교라는 동학 교주 최제우를 기리는 종교의 본거지가 저 아래에 있다고 한다. 산이 병풍처럼 뒤를 둘러싸고 있어서 명당은 명당인 듯하다.


시간이 늦어서 용바위고개쯤에서 산을 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해가 조만간 지려고 색깔이 불그스름한게 맛이 갔다--; 

용바위고개에 왔으나 내려가는 길이 없다 --; 보통고개 그러면 평지에서 보기엔 높지만 능선중에서는 낮은 곳이 아니던가? 이 용바위고개는 봉우리다 --;; 

그 사이에 해는 정말 져버리고 만다. 폰카로도 이정도 찍힌다 ^^

사진엔 안나왔으나 이 사진을 찍은 곳은 정자 위이다. 대전시내에 있는 산위에 있는 정자만 해도 열댓개는 되지 싶다.

드뎌 탈출로를 찾았다. 원 코스는 적오산성쪽으로 가는 것이 7구간 코스지만 난 육군대학 방면으로 빠졌다.

산길을 빠져나오니 등산로 입구 안내 표지판이 있다. 오후 7:08에 내려왔다.

그러나 저 기서 뒤로 돌면 4차선 도로 건너에 또 철조망이 있고 그 안에 건물들이 주욱있다. 웃긴건 그 넓은 왕복 4차선 도로에 차가 한대도 안다닌다. 중앙선을 밟으며 한참을 걸어 봤으나 차는 없고 인도로 조깅하는 사람만 하나 있다.

버스정거장이 어느쪽이냐고 물어보니 저~ 쪽으로 2.5킬로 정도 가면 된단다. 발바닥이고 다리고 다 뻑적지근한데 아직도 삼십분을 더 걸어야 하다니 --; 한참을 걷다보니 뭐시기 사령부도 나오고, 공군대학,육군대학,해군대학 간판이 나란히 붙은 커다란 문이 나온다. 자운대가 이 3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동네는 온통 군의 교육관련 부대들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오늘은 다행히도 부대 영내로 하산을 하게 되진 않았다. 지난 번엔 우성이산을 올랐을때는 한전 연구소 영내로 하산을 하는 바람에 의아해 하는 수위 아저씨들의 시선을 받으며 정문을 나선적이 있다.

7구간 끝의 버스 정거장은 봐뒀지만 이 동네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라 버스 정거장위치를 모르는 상태인데, 왠 동네가 길만 넓고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든 건물들은 다 철조망안에 들어 있는게 완전 별세상이다.

한참을 가다보니 버스가 한대 지나간다. 다가가보니 정거장이 있는데 버스가 911번 달랑 한대 지나간다.  방금 놓쳤으니 한 20분은 있어야 버스가 올거 같아서, 이 동네 입구까지 나가보려고 걸어가다보니 반대편으로 버스가 또 지나가네? 생각보다 버스 간격이 빠르다.  새로 찾은 정거장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이번엔 버스가 그냥 지나간다 --; 워낙 사람이 없으니 정거장에서 사람이 기다릴꺼란 기대도 안하나보다.

정거장에서 버스 노선도를 보고  버스가 돌아나오는 곳으로 가보니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정거장이 있다. 잠시후 아까 나를 쌩깐 버스를 겨우 타고 나오려니 종점이라고 또 내리란다. 내려서 또 다음 버스 출발시간까지 기다려서 겨우 타고 집에 왔다.

이 코스를 마무리 하려면 또 이 동네에 와야겠지? 그때는 강건너 계족산까지 가는걸로 코스를 잡아야 하루 분량이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