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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대전둘레산길잇기 2구간 금동고개- 만인산

오늘은 서두르는 통에 깜빡하고 GPS로거를 안가져갔다. 그것도 두어번 가지고 다녔다고 그새 익숙해진건지 GPS로거 없이 산행을 하려니 굉장히 허전했다. 내가 힘들여 산행을 한것이 지도 데이타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는게 못내 아쉬웠다. 불과 이주전까지만 예상치 못했던 감정이다.  잘 생각해보니 GPS로거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이미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막상 실제로 그런 허전함이 밀려오니, 이거 또 하나의 수렁에 빠진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든다. 오지(?)로 향하는 뜸한 버스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일찍 출발하면서도, 다시 집에 가서 가져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서둔 덕분에 장척동가는 버스시간보다 20분가까이 일찍 도착했다. 산성네거리 정류장에도 다행히 대전 시내의 오지로 가는 외곽노선 버스는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장척동 방향 산성네거리 버스 정류장의 외곽노선 시간표


오늘은 GPS트랙 데이타도 없으니 다음 대전둘레산길잇기 카페표 구간 지도나 열심히 올린다.

30번 버스를 타고 마지막손님으로써 장척동 버스 정거장에 내렸다. 지난번엔 탈때도 손님이 나 혼자 였는데, 이번엔 내릴때도 나 혼자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 배차 간격이 늘어나긴 힘든 동네 되시겠다.

당당하게 노천 바닥에 내려 앉아 있는 중계기들

저런 중계기들은 대게 안테나탑 중간쯤에 매달려 있거나 아니면 바닥에 있어도 철조망 정도는 둘러주는게 예의인데, 쟤들은 그냥 내놨다. 다소 안돼 보이는 중계기들. 1구간 부터 시험 사용중인 자연산 스틱이 나무에 기대어져 있다. 1구간 끝에 있는 구 경계 표지판옆에 숨겨 놨다가 오늘 다시 집어 들고 왔다. 스틱을 쓰면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는 이야길 들었던 지라 정말 그런가 써보고 있는 중이다.  괜찮으면 나도 하나 사서 써볼까 하고 간보는 중.

드라이버 집어 들고 케이스 한번 뜯어 보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면서 길을 떠 났다. 다음 카페에서 보니 2구간에서는 다들 알바(산에서의 헤메임을 뜻하는 업계 용어로 보임)를 한 두번씩 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긴장을 하고 출발했다.

근데 출발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의 부르심이 강하게 들려왔다.부득이하게 지뢰를 하나 매설 아니 배설할 수 밖에 없었다. 장척동에서 출발하여 얼마 지나지 앟은 시점에 지뢰 매설 욕구가 느껴지면, 기 매설된 지뢰에 조심할지어다. 나뭇잎으로 위장까지 해 놓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산길을 가다가 바닥에 뭔가 길죽한게 있어서뱀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민달팽이였다. 그 길이가 거의 신발 정도..라고 생각될 정도 였으나 사진을 보니 신발의 반정도 된다. 근데 까만 신발이 왜 보라색으로 나올까? 새로산 등산화다. 잘 보면 끈이 좀 가늘지 않은가? 트랙스타에서 BOA시스템이라는 간편 조임 끈 시스템을 도입했다. 살로몬에서 저 비슷한 퀵 레이스라는 끈조임 시스템을 쓴 등산화가 있었는데 가격이 26만원인가로 매우 고가인지라 군침만 흘리고 있다가 이젠 사려고 해도 품절이 되어버린일이 있다. K2인라인 롤러스케이트의 조임 방식과 같이 주욱 잡아 당기면 조여지고 잠금장치를 손가락으로 살짝 밀면 풀어지는 그런 방식이다.

거대 민달팽이사진을 빙자한 신발자랑 사진

그러나 BOA시스템은 끈을 손으로 당기는게 아니라 신발등쪽에 있는 고무링을 돌려서 조이고 링을 돌려서 풀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트랙스타에서 세계에서 네번째인가로 라이선스를 받았다고 하니까, 이것도 고어텍스 처럼 이것만 만들어 파는 회사가 있는것 같다. 아무튼 살로몬의 퀵레이스 등산화는 트레킹화 밖에 없어서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트랙스타에서 이런 방식의 등산화가 나왔길래 얼른 사버렸다. 트렉스타에서도 트레킹화도 BOA시스템을 장착한것을 팔지만 겨울 등산도 가야하니까 좀 비싸도 발목있는 놈으로 마련했다. 현재 인터파크가 17만원선으로 최저가이다.


산행기가 이번엔 제품 리뷰로 샜다. 참 다양한 경로로 샐 수 있다는데 놀라면서 다시 산행기로 돌아가보면. 아래는 어떤 벤치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주 당당하게 버려져 있는 초코파이 껍질과 음료수 팩이다. 벤치 밑에 슬쩍이나 저 멀리쯤에 던진것도 아니고 벤치 바로 앞에 당당하게 버려주셨다. 요즘 한창 욕을 먹어주는 조갑제나 이명박도 이런짓을 하지는 않을것 같다. 아무런 생각이 없이 사는 인간들이 아닐까 싶다. 저거버린 사람은 저거 먹고 식중독이나 걸려서 한 일주일동안 피똥싸면서 자기가 뭘 잘못해서 이 고생을 하나 하는 반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길 심하게 바래본다.

혼자서 세개 다 먹고 음료수도 먹은 것으로 보인다. 돼지 같은 놈


이번코스는 알바로 유명한 코스라 잔뜩 긴장을 했는데, 나 역시 알바를 해주고 말았다. 중반을 지나면 능선이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 지점이 두 군데 나오는데, 거기서 모두 오른쪽으로 난 길로 가줘야 한다. 그러나 얼핏 생각 하기에 두 길이 결국 만나는 길로 생각되어 과감히 직진을 해버렸었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난길은 내 길과 만나러오질 않고 나는 결국 막다른 길에 도달하여 희미한 길들을 전전하다 결국 능선을 매우 벗어났음을 깨닫고 뒤로 돌아갔다.

갈림길에 가보니 오른쪽길의 저 멀리 쯤에 리본이 몇개 달려 있는게 보였다. 중요한 갈림길엔 항상 표지판도 없고 리본도 드물다. 리본은 항상 몰려 있는 양상을 보인다. 나 혼자 달았다가 틀리면 어떻하나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 단것을 나중에 깨닫는다 해도 다시 달러 돌아갈 수도 없고 그냥 간다면 그 이후로 아마도 평생 찜찜할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달린 리본을 떼어다가 오른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나무에 잘라진 가지에 그야말로 묶었다. 아래 사진에서는 길이 직진이랑 우회전 두갈래인것이 잘 구분이 안가지만, 갈라진 길이다. 2구간에서는 일단 애매 하면 오른쪽으로 가주거나 더 진한(?) 길로 가면 된다.



아래는 만인산을 얼마 안남겨둔 능선에서 본 남쪽 풍경이다. 조그만 삼각형 봉우리들이 올망졸망 솟아있다.



여기도 또 솟아 있다. 사실 같은 건데 좀 지나서 찍은거다. 그게 그거라서 좀 그렇지만, 이 2구간은 지난주에 간 식장산 구간과 달리 전형적인 대전둘레산으로써 온통 흙산에다가 전망이 아주 꽝이다.능선이든 정상이든 거의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보이는게 별로 없다. 식장산 처럼 산불이 나길 바라는건 아니지만 어차피 해줄 간벌이라면 능선이나 정상 부근은 좀 훤하게 해주면 좋겠다.



아래는 만인산 정상에서 동쪽을 본 모습이다. 왼쪽의 봉우리가 정기봉으로 3구간의 시작되는 봉우리인것 같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바위가 드문 드문 드러난 두터운 산이 심상치 않다.  구글 어스까지 동원해서비슷한 뷰로 보니 서대산이라는 산으로 판단된다. 높이가 무려 904미터나 된다고 하니 대전 둘레산들과 비교해볼때 멀리 있어도 저렇게 높아보이는게 서대산이 맞다 싶다. 조만간 저기도 올라가 봐야 겠다. 대전둘레산길 잇기를 마무리 하면 그 너머 이웃행정구역에 있는 산들을 섭렵해보는 것도 좋겠다.

기다려라 서대산. 안그래도 기다리겠지만 --



만인산에서 내려서면 태조태실이라는 곳이 있다. 태조 이성계의 태반을 모셔 놓은 곳인가보다. 별걸 다 모셔 놓는다 싶다.이성계의 태반이면 왕이 될껄 미리 알아서도 아닐테고 그 당시 세도가들은 다들 그랬나? 요즘 제대혈 보관하듯이 나중에 써먹으려고 그랬나? 암튼 그걸 또 왜놈들이 일제시대때 다 부숴서 근처여기저기에 갖다 버린걸 나중에 모아서 조립해 놓은것이라고 한다. 일본애들 답지 않게 대충 일처리를 했나보다.

그런데 태실을 이 만인산에 모신이유가 지세가 특이하고 풍수가 좋아서 그랬다는데, 보통 길지라고 하면 뒷쪽이 아래 사진처럼 일부가 트여 있지는 않을 것인데, 의아스러웠다. 전면은 경치가 탁 트인 곳이고 좌우 산자락도 균형있게 감싸고 있는데 유독 뒷편이 쌩뚱맞게 잘려져 있다. 지금은 그 위로 줄다리가 놓여져 있다. 아마 일본애들이 태실을 부수면서 지형까지 바꿔 놓은게 아닐까 싶다. 지형을 바꾸는 짓꺼리를 하느라고 태실을 부수는데 정성을 쏟지 못한듯 하다.



태실에서 남쪽으로 내려다본 조망, 나무에 가려져 잘 안보이지만 좌우 능선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 태실 밑으로 터널이 지나가고 있다. 풍수지리야 그다지 믿는 편도 아니고, 이미 예전에 운이 다한 조선 왕조 태조의 태실 아래로 터널이 좀 지나간들 이제와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만.

문제는 내려가는 길을 또 잘못들었다는 것이다. 태실의 남쪽으로 길이 있고 태실 뒤로 난길에는 정기산 만인산 표지만 덜렁 있길래 남쪽길로 한참 내려가다가 노부부를 만나 길을 물으니 막다른 길이랜다 --; 태실 뒤로 난 길 중 오른쪽으로 가면 큰 길가 버스정거장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오늘은 두 번의 알바를 하고 말았다.

오늘따라 버스 시간에 맞춘다고 10시반에 집에서출발하는 기염을 토하느라 밥먹은지가 어언 8시간하고도 반이 넘은 시각이었다. 물론 저기서 버스를 한번 갈아 타고 집에 가는데는 시간이 한참 더 걸렸다. 거의 12시간 만에 밥을 먹은것 같다. 다음엔 밥을 싸가지고 가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