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무릎이 안좋아서 등산을 못다니다가, 꾸준한 재활운동(?)으로 컨디션을 회복하여, 드디어 오늘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무릎이 아픈 이유가 관절염 같은게 아니라 운동부족에 인한 근육 약화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자전거 타기와 달리기로 다시 근육만들기에 돌입한지 어언 세달만에 겨우 예전 컨디션을 되찾은 듯 하다. 근육이 약해질 정도의 운동공백은 작년에 달리기 하다가 아킬레스 건 부상으로 인해 쉬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운동은 적절한 강도와 방법이 필수 적이다. 특히, 팔팔한 청춘을 넘어선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것 같다. 요 근래에 운동하다가 여기 저기 아프게 되는 일이 잦아 졌다. 모두 예전 생각만 하고 조심성 없이 무리하게 운동하다 벌어진 일이다. 결국 그게 운동부족으로 인한 관절 통증이라는, 내 인생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게된 것이다.
시작 부터 샛길로 한참 샜다. 오늘은 못다한 대전둘레산길잇기 산행을 마저 채우기 위해 다시 나섰다. 다해봐야 12코스인데 작년에 시작한걸 아직도 다 못채우고 있다. 물론 중간에 무릎이 아퍼서 한참을 산에 못갔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오래 걸린다. 게다가 오늘도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바람에 하루에 한 코스를 끝내지 못했다. 하루에 마무리 짓지 못한데에는 코스의 특이성도 한 몫한다. 다른 모든 코스는 평지에서 시작해서 평지에서 끝나는데 오늘은 평지에서 시작해서 산위에서 끝난다. 결국은 다시 산아래 까지 내려와야 하니 하루에 뛰는 거리는 코스상의 거리보다 훨씬 길다.
12구간은 안영교 옆 쟁기봉에서 보문산 정상까지 인데,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을 뺑~ 돌아가는 코스이다. 평소와 달리 일찍 집에서 12시 반쯤 출발하여, 산행 시작이 2시 정도 되었다. 평소보다 한 시간반이나 일렀다. 그러나 11구간때와 비슷하게 이번에도 코스 시작점을 제대로 못찾아서 시작부터 절벽을 타는 개고생으로 시작하게되었다. 게다가 절벽의 바위는 붙잡을라치면 쪽이 떨어져 나오는 아주 불량한 바위였다.
이 쟁기봉 코스는 정말 마의 코스가 아닐수 없다. 정상에 올라보면 내려가는 길이 뻔히 있는데, 올라가려고 보면 어딜봐도 제대로된 길이 없고, 마치 길 같은것들은 종종 보인다. 그래서 이게 등산로인가보다 하고 올라가다보면 길이 점점 희미해 지다가 결국 절벽에 다다르게 된다. 그 때쯤이면 이미 내려가기는 억울한 시점이다. 못먹어도 고를 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절벽, 뭐 좋다. 난 절벽 오르는데는 자신이 있다. 그러나 가시덤불이 우거진 절벽은 정말 싫다. 열심히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가시 덤불의 한가운데에 껴 있게 된다. 오도가도 못하고, 그야말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등산로만 제대로 찾으면 전혀 겪을 필요없는 시츄에이션을 벌써 쟁기봉에서만 두 번이나 겪었다.
원망스러운 쟁기봉, 오른쪽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완전히 돌아가서 등산로를 찾아야 한다.
나중에 지도를 자세히 보니 작년 보다는 등산로에 가까와 졌으나 여전히 나는 좀더 가서 등산로를 찾았으야 했는데 미리 산에 오르기 시작해서 엉뚱한 길로 오른것이었다. 집에 프린터가 없다보니 대충 기억에 의지하거나 폰카로 찍은 조그만 지도를 보고 오르려다 생긴일이 아닌가 싶다. 나름 독도법에 능숙하다고 자부해왔는데, 몸 뿐 아니라 머리도 맛이 가는걸까?
변명을 하자면, 사실 진입로가 없다시피하다. 오늘은 강가로 난 길이 끊기는 지점에서 오르기 시작한건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 길이 막힐지라도 강가로 더 진행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사실 오늘 오른 길도 긴가민가 해서 그냥 올라보다가 사람이 지나다닌 길이 있길래 따라 오르기 시작했던것인데 나중엔 길이 없어져버렸다. 이런게 사람 잡는거다. 아예 길이 아니면 시작을 하지 말던지 왜 처음엔 길이 있다가 나중에 없어지냐고요.
12구간이든 11구간이든 쟁기봉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강력 비추다. 꼭 쟁기봉에서시작을 하려거든 위 지도에서 처럼 안영교를 건너지 말고 그보다 북쪽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서 시작하는게 등산로를 찾기 훨씬 쉬울것 같다. 위지도는 다음에 있는 대전둘레산길잇기카페에서 다운받은 건데, 고칠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여곡절끝에 쟁기봉 팔각정에 올라 숨을 돌리면서 땀을 닦고 있는데, 왠 아주머니 두분이 와서는 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서 수다를 시작하신다. 성격도 특이 하셔라. 나더러 수다에 끼라는 건가? 두 아주머니는 보기와 달리 나이가 더 드신듯 며느리 흉을 보기 시작한다. 밤 10시가 넘어서 맡아서 봐주던 아이를 데리고 아들네 가서 밥 내오라고 했더니 주방에서 쭈뼛거리다가 칼국수 먹으러 가자고 했다고, 밥도 안해놓고 시어머니를 부르는 애가 어딨냐며 울분을 토한다. 밤 10시에 왠 밥? 하루에 네끼 드시나? 원래 그러신다면 며느리가 소홀했던거겠지만 그날만 그랬다면 그건 좀 억지 아닌가? 애들 맡아주는데 주말이면 애 데리고 오라는 자식들도 정상은 아닌거 같고, 암튼 그 이야기를 중간에서 듣고 있을라치니 정신이 사나와서, 숨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일어나 버렸다.
그 아줌마들의 정신 사나운 수다때문인지 샛길을 놓치고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서, 내 등산사상 최장의 알바를 뛰었다. 무려 한 시간을 가까이 엉뚱한 길로 간것이다. 12구간을 가야하는데 11구간 코스로 잘못 길을 들어서는 나름대로 남쪽으로 간다고 예전에 11구간 갈때와는 약간 다른 코스로 11구간 초반부를 뛰고 있었다. 남쪽으로 가야 하는데 왜 자꾸 서쪽으로 갈까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나름대로 한번 좌회전을 해줘서 남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11구간 코스에 있는 아파트가 떠억하니 나온다. 되돌아 오면서도 약간 삑사리 내주시고, 겨우 쟁기봉 근처까지 다시오니 남쪽으로 향한 갈림길이 나오긴 한다. 왜 그 갈림길을 못보고 지나쳤을까? 날 정신 사납게 만든 두 아줌마들이 괜히 원망 스럽다.
제대로 된 길로 접어드니 네시다. 평소대로 세시 반에 시작한거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내가 뭐 그렇지. 에혀. 우울한 와중에도 내 기분전환을 위해서인지 다람쥐가 나타나서 요구르트먹기 쑈를 보여준다. 처음엔 바닥에 있었는데 카메라 꺼내는 사이에 나무위로 올라가 버려서 역광사진밖에 못찍었다. 그러나 요구르트 병은 확실히 보인다.
다람쥐군! 뭐 남은게 있긴 있는거냐?
과거를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길을 가고 있는데 외길에 왠 표지판이 나오는게 아닌가? 아까 내가 그냥 지나친 갈림길에 이런 표지판이 있었으면 오죽 좋아? 왜 엄한 외길에 표지판을 해 놓고 갈림길엔 아무것도 없냐고요?
대전둘레 산길잇기 코스인건 알겠는데, 외길에다 이런걸 설치해서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건 중요하고 어느 길로가야지 목적지까지 가는지를 알려주는건 중요하지 않은가? 이건 버스 안내 시스템에도 엇비슷하게 구현되어 있다. 버스가 몇 분 후에 오는지를 안다고 해서 내가 취해야할 행동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답답하지는 않겠지. 버스 도착시간 알려주는 데 들이는 노력을 목적지별 노선 안내에 쓰는게 훨씬 의미 있는게 아닐까? 버스 내에 있는 전광판에도 내릴 곳 표시는 전혀 없고 온통 광고뿐이다. 잘 들리지도 않는 방송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느라고 토끼가 될 지경인데도, 커다란 전광판엔 엄한 이야기들만 흐를 뿐이다.
대전둘레산길잇기 코스 정비에는 시에서 수억을 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내가 가본 경험으로는 아직 전혀 표지판이 없는 것도 많고, 위 표지판 처럼 별 필요없는 엉뚱한 표지판도 많다. 도로 표지판도 엄하게 되어 있어서 운전자 골탕먹이는 일이 비일 비재하고, 등산로도 마찬가지고. 대학에 표지판 전문학과라도 만들어져야 하려나? 우리나라는 책을 써도 어렵게 쓰고, 안내판도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짐을 말해주는게 아닐까 싶기도하고... 뭔가 다른 의도들이 그런 생각을 방해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름 심심 산중에 떠억하니 놓여있는 플라스틱 의자
위 사진에 있는 의자 말고도 저 사진을 찍기 좀 전에도 의자와 테이블이 다 부서진채 널부러져 있는 곳을 지나왔고, 뒤에 보이는 곧은 나무 근처에도 테이블과 의자들이 몇 개 더 버려져 있다. 나무 근처에는 제법 땅고르기를 해 놓은 듯 평평하게 되 어 있는 걸로 봐서 이곳에서 뭔가?를 해보려다가 망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좀 더 가니 새고개가 나온다. 지도에 보면 코스의 맨 아래 부분에 있는 곳이다. 새고개는 금산 가는 국도가 지나는 고개 이름이다. 그리고 그곳이 대전과 금산의 경계가 된다. 왼쪽은 대전 오른쪽은 금산이다. 새고개 얼마 전 부터 금산둘레잇기라는 등산로 표지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금산도 대전둘레산길잇기를 보고 따라하는게 아닌가 싶다. 리본이 신품인걸로 봐서 더 먼저는 아닌듯 싶다.
새고개에 내려서기 전에 본 고개 건너 코스로 이어지는 길
새고개를 지나서 뿌리 공원을 향해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멋진 광경을 보게 된다. 절벽 아래로 강이 돌아드는 하회마을이 보인다. 절벽을 통해서보는 절경이라고나 할까? 발아래는 그야말로 깎아지른 절벽이다. 심지어 오버행까지 있는 절벽이다. 11구간인 구봉산에서도 노루마을이라는 강이 돌아드는 마을이 보이는데, 산위에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별로라는거. 멀리서 봐야 멋지다. 풍수상으로도 하회마을은 길지라고한다는 기사를 얼마전 봤는데, 홍수때 수해를 입기 딱 아닐까 싶은데 마냥 길지일지 의아스럽다. 하지만 산위에서 보기엔 더 없이 멋지다.
왼쪽이 잘려서 하회마을인지 아닌지 불분명하게 나와 버렸다.
등산을 다니다 보면 나무가 너무 우거져서 경치가 잘 안보이는 경우가 많다. 산 정상 부근이나 위 사진처럼 경치 좋은 곳엔 조망을 위해 간벌 정도라도 해주면 좋을 것같은데, 자연보호도 좋지만 어차피 간벌은 해주는 것이니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산정상에서조차 조망이 전혀 안되는 산은 너무 답답하다. 남벌은 문제지만 너무 모시고 살 필요는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 사진을 찍은 곳에서 동영상도 찍어 봤으나 패닝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여 심히 정신이 사나운지라 올리기가 뭣하여 업로드는 접었다. 동영상은 패닝 속도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며칠 전 조카가 찍은 동영상도 이리 저리 휘두르며 찍어대는 바람에 도저히 볼수가 없는 어지러운 동영상이 되어 버렸는데, 내가 찍은것도 그리 다르지 않다. 동영상을 찍는데는 흔들림을 잡는 스테디캠 이전에 적절한 패닝속도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것 같다.
뿌리공원에는 136개인가의 성씨에 대한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내 본인 개성 김씨는 없다.개대한 것보다는 매우 적은 수의 성씨만 있어서 실망이다. 꼭 거창한 비석이 아니라도 모든 성씨를 다 기록해 놓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매우 섭하다.
새고개를 지나면서 길에서 줏은 막대를 짚고 왔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다리가좀 편한듯도 하다. 등산 스틱이 특히 무릎에 좋다고 해서 나도 사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무라 무거워서 그런지 좀 불편하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음에 더써 보려고 보문산으로 이어지는 입구에 짱박아놨다^^
운동은 적절한 강도와 방법이 필수 적이다. 특히, 팔팔한 청춘을 넘어선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것 같다. 요 근래에 운동하다가 여기 저기 아프게 되는 일이 잦아 졌다. 모두 예전 생각만 하고 조심성 없이 무리하게 운동하다 벌어진 일이다. 결국 그게 운동부족으로 인한 관절 통증이라는, 내 인생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게된 것이다.
시작 부터 샛길로 한참 샜다. 오늘은 못다한 대전둘레산길잇기 산행을 마저 채우기 위해 다시 나섰다. 다해봐야 12코스인데 작년에 시작한걸 아직도 다 못채우고 있다. 물론 중간에 무릎이 아퍼서 한참을 산에 못갔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오래 걸린다. 게다가 오늘도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바람에 하루에 한 코스를 끝내지 못했다. 하루에 마무리 짓지 못한데에는 코스의 특이성도 한 몫한다. 다른 모든 코스는 평지에서 시작해서 평지에서 끝나는데 오늘은 평지에서 시작해서 산위에서 끝난다. 결국은 다시 산아래 까지 내려와야 하니 하루에 뛰는 거리는 코스상의 거리보다 훨씬 길다.
12구간은 안영교 옆 쟁기봉에서 보문산 정상까지 인데,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을 뺑~ 돌아가는 코스이다. 평소와 달리 일찍 집에서 12시 반쯤 출발하여, 산행 시작이 2시 정도 되었다. 평소보다 한 시간반이나 일렀다. 그러나 11구간때와 비슷하게 이번에도 코스 시작점을 제대로 못찾아서 시작부터 절벽을 타는 개고생으로 시작하게되었다. 게다가 절벽의 바위는 붙잡을라치면 쪽이 떨어져 나오는 아주 불량한 바위였다.
이 쟁기봉 코스는 정말 마의 코스가 아닐수 없다. 정상에 올라보면 내려가는 길이 뻔히 있는데, 올라가려고 보면 어딜봐도 제대로된 길이 없고, 마치 길 같은것들은 종종 보인다. 그래서 이게 등산로인가보다 하고 올라가다보면 길이 점점 희미해 지다가 결국 절벽에 다다르게 된다. 그 때쯤이면 이미 내려가기는 억울한 시점이다. 못먹어도 고를 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절벽, 뭐 좋다. 난 절벽 오르는데는 자신이 있다. 그러나 가시덤불이 우거진 절벽은 정말 싫다. 열심히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가시 덤불의 한가운데에 껴 있게 된다. 오도가도 못하고, 그야말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등산로만 제대로 찾으면 전혀 겪을 필요없는 시츄에이션을 벌써 쟁기봉에서만 두 번이나 겪었다.
원망스러운 쟁기봉, 오른쪽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완전히 돌아가서 등산로를 찾아야 한다.
나중에 지도를 자세히 보니 작년 보다는 등산로에 가까와 졌으나 여전히 나는 좀더 가서 등산로를 찾았으야 했는데 미리 산에 오르기 시작해서 엉뚱한 길로 오른것이었다. 집에 프린터가 없다보니 대충 기억에 의지하거나 폰카로 찍은 조그만 지도를 보고 오르려다 생긴일이 아닌가 싶다. 나름 독도법에 능숙하다고 자부해왔는데, 몸 뿐 아니라 머리도 맛이 가는걸까?
변명을 하자면, 사실 진입로가 없다시피하다. 오늘은 강가로 난 길이 끊기는 지점에서 오르기 시작한건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 길이 막힐지라도 강가로 더 진행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사실 오늘 오른 길도 긴가민가 해서 그냥 올라보다가 사람이 지나다닌 길이 있길래 따라 오르기 시작했던것인데 나중엔 길이 없어져버렸다. 이런게 사람 잡는거다. 아예 길이 아니면 시작을 하지 말던지 왜 처음엔 길이 있다가 나중에 없어지냐고요.
12구간이든 11구간이든 쟁기봉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강력 비추다. 꼭 쟁기봉에서시작을 하려거든 위 지도에서 처럼 안영교를 건너지 말고 그보다 북쪽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서 시작하는게 등산로를 찾기 훨씬 쉬울것 같다. 위지도는 다음에 있는 대전둘레산길잇기카페에서 다운받은 건데, 고칠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여곡절끝에 쟁기봉 팔각정에 올라 숨을 돌리면서 땀을 닦고 있는데, 왠 아주머니 두분이 와서는 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서 수다를 시작하신다. 성격도 특이 하셔라. 나더러 수다에 끼라는 건가? 두 아주머니는 보기와 달리 나이가 더 드신듯 며느리 흉을 보기 시작한다. 밤 10시가 넘어서 맡아서 봐주던 아이를 데리고 아들네 가서 밥 내오라고 했더니 주방에서 쭈뼛거리다가 칼국수 먹으러 가자고 했다고, 밥도 안해놓고 시어머니를 부르는 애가 어딨냐며 울분을 토한다. 밤 10시에 왠 밥? 하루에 네끼 드시나? 원래 그러신다면 며느리가 소홀했던거겠지만 그날만 그랬다면 그건 좀 억지 아닌가? 애들 맡아주는데 주말이면 애 데리고 오라는 자식들도 정상은 아닌거 같고, 암튼 그 이야기를 중간에서 듣고 있을라치니 정신이 사나와서, 숨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일어나 버렸다.
그 아줌마들의 정신 사나운 수다때문인지 샛길을 놓치고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서, 내 등산사상 최장의 알바를 뛰었다. 무려 한 시간을 가까이 엉뚱한 길로 간것이다. 12구간을 가야하는데 11구간 코스로 잘못 길을 들어서는 나름대로 남쪽으로 간다고 예전에 11구간 갈때와는 약간 다른 코스로 11구간 초반부를 뛰고 있었다. 남쪽으로 가야 하는데 왜 자꾸 서쪽으로 갈까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나름대로 한번 좌회전을 해줘서 남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11구간 코스에 있는 아파트가 떠억하니 나온다. 되돌아 오면서도 약간 삑사리 내주시고, 겨우 쟁기봉 근처까지 다시오니 남쪽으로 향한 갈림길이 나오긴 한다. 왜 그 갈림길을 못보고 지나쳤을까? 날 정신 사납게 만든 두 아줌마들이 괜히 원망 스럽다.
제대로 된 길로 접어드니 네시다. 평소대로 세시 반에 시작한거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내가 뭐 그렇지. 에혀. 우울한 와중에도 내 기분전환을 위해서인지 다람쥐가 나타나서 요구르트먹기 쑈를 보여준다. 처음엔 바닥에 있었는데 카메라 꺼내는 사이에 나무위로 올라가 버려서 역광사진밖에 못찍었다. 그러나 요구르트 병은 확실히 보인다.
다람쥐군! 뭐 남은게 있긴 있는거냐?
과거를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길을 가고 있는데 외길에 왠 표지판이 나오는게 아닌가? 아까 내가 그냥 지나친 갈림길에 이런 표지판이 있었으면 오죽 좋아? 왜 엄한 외길에 표지판을 해 놓고 갈림길엔 아무것도 없냐고요?
대전둘레 산길잇기 코스인건 알겠는데, 외길에다 이런걸 설치해서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건 중요하고 어느 길로가야지 목적지까지 가는지를 알려주는건 중요하지 않은가? 이건 버스 안내 시스템에도 엇비슷하게 구현되어 있다. 버스가 몇 분 후에 오는지를 안다고 해서 내가 취해야할 행동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답답하지는 않겠지. 버스 도착시간 알려주는 데 들이는 노력을 목적지별 노선 안내에 쓰는게 훨씬 의미 있는게 아닐까? 버스 내에 있는 전광판에도 내릴 곳 표시는 전혀 없고 온통 광고뿐이다. 잘 들리지도 않는 방송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느라고 토끼가 될 지경인데도, 커다란 전광판엔 엄한 이야기들만 흐를 뿐이다.
대전둘레산길잇기 코스 정비에는 시에서 수억을 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내가 가본 경험으로는 아직 전혀 표지판이 없는 것도 많고, 위 표지판 처럼 별 필요없는 엉뚱한 표지판도 많다. 도로 표지판도 엄하게 되어 있어서 운전자 골탕먹이는 일이 비일 비재하고, 등산로도 마찬가지고. 대학에 표지판 전문학과라도 만들어져야 하려나? 우리나라는 책을 써도 어렵게 쓰고, 안내판도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짐을 말해주는게 아닐까 싶기도하고... 뭔가 다른 의도들이 그런 생각을 방해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름 심심 산중에 떠억하니 놓여있는 플라스틱 의자
위 사진에 있는 의자 말고도 저 사진을 찍기 좀 전에도 의자와 테이블이 다 부서진채 널부러져 있는 곳을 지나왔고, 뒤에 보이는 곧은 나무 근처에도 테이블과 의자들이 몇 개 더 버려져 있다. 나무 근처에는 제법 땅고르기를 해 놓은 듯 평평하게 되 어 있는 걸로 봐서 이곳에서 뭔가?를 해보려다가 망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좀 더 가니 새고개가 나온다. 지도에 보면 코스의 맨 아래 부분에 있는 곳이다. 새고개는 금산 가는 국도가 지나는 고개 이름이다. 그리고 그곳이 대전과 금산의 경계가 된다. 왼쪽은 대전 오른쪽은 금산이다. 새고개 얼마 전 부터 금산둘레잇기라는 등산로 표지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금산도 대전둘레산길잇기를 보고 따라하는게 아닌가 싶다. 리본이 신품인걸로 봐서 더 먼저는 아닌듯 싶다.
새고개에 내려서기 전에 본 고개 건너 코스로 이어지는 길
새고개를 지나서 뿌리 공원을 향해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멋진 광경을 보게 된다. 절벽 아래로 강이 돌아드는 하회마을이 보인다. 절벽을 통해서보는 절경이라고나 할까? 발아래는 그야말로 깎아지른 절벽이다. 심지어 오버행까지 있는 절벽이다. 11구간인 구봉산에서도 노루마을이라는 강이 돌아드는 마을이 보이는데, 산위에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별로라는거. 멀리서 봐야 멋지다. 풍수상으로도 하회마을은 길지라고한다는 기사를 얼마전 봤는데, 홍수때 수해를 입기 딱 아닐까 싶은데 마냥 길지일지 의아스럽다. 하지만 산위에서 보기엔 더 없이 멋지다.
왼쪽이 잘려서 하회마을인지 아닌지 불분명하게 나와 버렸다.
등산을 다니다 보면 나무가 너무 우거져서 경치가 잘 안보이는 경우가 많다. 산 정상 부근이나 위 사진처럼 경치 좋은 곳엔 조망을 위해 간벌 정도라도 해주면 좋을 것같은데, 자연보호도 좋지만 어차피 간벌은 해주는 것이니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산정상에서조차 조망이 전혀 안되는 산은 너무 답답하다. 남벌은 문제지만 너무 모시고 살 필요는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 사진을 찍은 곳에서 동영상도 찍어 봤으나 패닝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여 심히 정신이 사나운지라 올리기가 뭣하여 업로드는 접었다. 동영상은 패닝 속도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며칠 전 조카가 찍은 동영상도 이리 저리 휘두르며 찍어대는 바람에 도저히 볼수가 없는 어지러운 동영상이 되어 버렸는데, 내가 찍은것도 그리 다르지 않다. 동영상을 찍는데는 흔들림을 잡는 스테디캠 이전에 적절한 패닝속도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것 같다.
뿌리공원에는 136개인가의 성씨에 대한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내 본인 개성 김씨는 없다.개대한 것보다는 매우 적은 수의 성씨만 있어서 실망이다. 꼭 거창한 비석이 아니라도 모든 성씨를 다 기록해 놓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매우 섭하다.
새고개를 지나면서 길에서 줏은 막대를 짚고 왔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다리가좀 편한듯도 하다. 등산 스틱이 특히 무릎에 좋다고 해서 나도 사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무라 무거워서 그런지 좀 불편하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음에 더써 보려고 보문산으로 이어지는 입구에 짱박아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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