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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자전거타고 장태산 휴양림 가는길

몇 주 전 상오기님 블로그에서 MTB로 장태산 휴양림을 다녀왔다는 글을 보고. 필받아서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다음 주말엔가 싸이클을 타고 산위까지는 아니라도 근처라도가보고 싶은 마음에 길을 나섰었다.

일단 월평동에서 갈마동을 거쳐 가수원동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며 힘들게 가서 내가 좋아하는 정림동을 지나 갑천변을 따라갔었다. 장태산으로 빠지는 길을 좀 지나쳐서 다시 간길을 되돌아가기도 하면서 제 길을 접어 들긴 했으나 또 다시 나오는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에 결국 포기하고 집에 돌아 왔었다. 

결국 14단 짜리 도로 싸이클로는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기어 단수가 많은 MTB를 살까 하는 지름신이 잠시 납시어 정신없이 자전거 샵들을 전전하다가 다행히 중간에 정신을 차리고 구매버튼 누르기 전에 빠져 나오긴 했다. 예전엔 저 싸이클을 타고 전국일주도 했었다. 그때는 한라산 1100도로도 몇 미터 끌고 간거 빼고 끝까지 타고 올라갔었는데, 이젠 동네 오르막도 힘겹다. 자전거 일주 후로도 다리힘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요 몇 년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운동량이 너무 부족해져서, 무릎 인대도 망가지고 여기 저기가 난리가 아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다시 일주일 후에 싸이클을 타고 재도전을 했다. 지도를 보니 노루벌을 지나는 다른 길이 있길래 그쪽으로 코스를 잡았다. 이번엔 유등천을 따라 평지로 가면서 힘도 아꼈다. 버드내교 이 후부터는 우회전을 하여 오르막을 또 올라야 하긴 하나 그래도 갈마동을 통해서 갈때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혜천대학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다가 왼쪽으로 빠져 산성교회를 지나 정림중학교근처에서 갑천으로 나왔다. 

이 동네의 갑천은 우리동네의 갑천과 사뭇다르다. 물도 깨끗해 보이고 수심도 낮고 강폭도 훨씬 좁아서 아기자기 하고 어릴쩍 놀러갔던 외갓집 개천 느낌이다. 그래서 정림동이 마음에 드나보다.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서 뚝방길을 따라가다보면 다시 조그마한 다리가 나온다. 그 다리 건너에는 차를 몰고 소풍들 오는 조그마한 유원지가 있다. 예전에도 그곳을 가본적이 있는데 그 땐 더 이상 가볼 생각은 못했다.

그곳에서 조금만 더가면 노루벌이란 곳이 있는데, 예전에 구봉산 등산할때 산위에서 보기에 강이 마을을 거의 270도 휘감아 돌아지나가는 마치 하회 마을 처럼 멋진 곳이었다. 구봉산엘 간게 지금 찾아보니 작년 7월이었다. 그 후로 지도에서 찾아보고 노루벌이란 이름도 찾고 언젠간 가봐야지 했던 곳이라 이번 장태산 코스에도 노루벌을 꼭 들르기로 했었다.

땅살돈은 물론 없지만 집짓고 살기 좋은 땅은 항상 관심거리다. 언젠간 기회가 오겠지. 노루벌도 그래서 관심을 두고 있던 곳이다. 그러나 산위에서 보기에는 멋지지만 정작 마을에선 그다지 경치가 좋을 일이 없었다. 동네 한 중간에선 강이 보이질 않고 강가에나 나가야 그나마 괜찮다. 강에는 자그마한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 건너에는 적십자 청소년 수련원이란 것이 있는데 너무 낡아서 운영을 하는지 않하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강건너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들이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어 있어서 경치는 괜찮았다.


누가 벌써 땅사서 멋진 집을 짓고 있다. 부럽다~

노루벌을 등뒤로 하고 다시 장태산을 향했다. 시간이 다섯시가 넘었지만 해가 길어 졌으니 별 문제는 없겠다 싶었다. 사실 요즘엔 운동삼아 주로 밤에 자전거를 타니 어두워진들 별 문제는 없다. 안전등도 앞뒤로 달았고 헤드램프에, 휠에까지 LED등을 달아서 다 켜면 정신 없다. 나도 얼마전까지 밤에 자전거에 아무것도 안켜고 다녔으면서, 요즘에는 등을 하나도 안켜고 다니는 자전거를 보면 속으로 막 뭐라고 하기도 한다. 안보이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는 적이 많기 때문이다. 밤에 자전거를 탈때는 필히 안전등을 켜고 다녀야 한다 ^^

장태산 가는길은 일단 강을 바로 끼고 가는 길이라 삐끗하면 바로 강으로 다이빙할 수도 있는 길이었다. 강이 사라지니 또 오르막이 나온다. 다행히 오르막 한번만에 장태산 입구인 흑석동까지 갈 수 있었다. 시골읍내 같지만  그곳도 엄연히 대전시내다. 음료수하나 사 마시고 목을 축인 후에 장태산을 향했다. 그 날은 출발때부터 내내 맞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이상하게도 유등천 벗어날때 우로 90도를 꺾어도 맞바람이었고, 흑석동에서도 좌로 90도를 꺽어도 여전히 맞바람이었다. 만화에서나 보던 비 구름이 나만 따라다니는 것과 흡사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가다보니 드디어 장태산을 오르는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공중에 떠 있는 희한한 수로가 있어서 내려서 구경을 하다보니 다시 타고 올라갈 힘이 나질 않아서 끌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얼마 안가니 오르막이 끝난다. 저 멀리 지도에서 보던 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만 보면 또 왠지 땡기는게 있다. 지도에서 장태산을 보고 더 오고 싶었던게 저수지가 있어서였다. 저수지가 있는 산속 풍경 왠지 멋질 것 같았다.  

산그늘에 가려져 있는 저수지는 더 깊어 보이고 왠지 모를 경외감 마저 느껴졌다. 괴물처럼 커다란 메기 한마리쯤 살고 있을 듯 음산한 느낌 마저 든다. 몇몇 레스토랑과 카페 또 숯가마 찜질방을 지나니 휴양림이 나왔다. 펜션에 놀러온 사람들이 고기구워먹는 냄새가 났다. 나도 슬슬 배가고파 오던 참인데 시기 적절한 염장이었다.

휴양림 근처에 다다르면서 메타 세쿼이아 나무들이 나오기 도열해 있는 멋진 광경이 시작되었다. 누리 아파트 앞 가로수 숲에도 멋진 메타세쿼이아 오솔길이 있고,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도 있고, 남이섬에도 있다. 메타 세쿼이아 나무는 그 쭉쭉 뻗은 모습이 너무나 시원스러워서 언제 보아도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박하가루를 허파에 확 뿌려주는 기분이랄까? 실제로 그런다면 심한 사레가 들리겠지만 ^^


그래서 사진한방 박아주고. 폰카라 역시 현장의 그 느낌은 살리기는 무리인가 --; 영 그 맛이 안나네


휴양림 입구를 들어서니 좀 올라가니 생전처음 보는 놀라운것이 나타났다. 나무 중간 높이쯤까지 올라가 볼 수 있는 스카이 브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굵고 높은 나무만 보면 드는 생각이 그 위에 집을 지어 놓고 살아보고 싶다는 것인데, 그 맛을 어느정도 느껴볼 수 있을것 같았다.


얼른 올라가 보니 아래서 볼때보다 훨씬 살떨리는 느낌이다. 집을 짓는 다면 그리 마음 편하게 있기는 힘들것 같다. --; 가장 공포를 심하게 느낀다는 10미터쯤 되는 높이 같다. 게다가 은근히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앞뒤로 커플에 포위당한 나는 고소공포감을 보다는 염장에 의한 짜증이 마구 밀려옴을 느끼며 어서 사진이나 찍고 그 틈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아래 사진에 저 멀리 희미하게 한 커플이 보인다.


만든지 얼마 안되었다고 써 있더니 바닥의 나무도, 난간도 아직 깨끗하게 새로 만든 느낌 그대로였다. 나중에 식구들이랑 오면 좋을 것 같아서 어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몇 년 전에 명절때 한번 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는 저 스카이 브리지가 없었다고 하니까 다음에 다 같이 다시 한번 와 봐야 겠다. 조카들도 매우 좋아할 것 같다. 예약하고와서 통나무집에서 하루밤 묵고 가는 것도 좋겠다

GPS로거를 만든다고 생각만하고 몇 주 째 시작을 못하고 있다. GPS로거가 있다면 경로를 멋지게 올릴 수 있을텐데 아쉽다. 빨리 만들어야 겠다 ^^

아 장태산 내려와서 오다가 배가 고파서 짜장면 한그릇 먹고 왔는데, 매우 진한 맛이 짜장면이었다. 요즘엔 자전거 타다고나서 짜장면 먹는데 맛들린듯 싶다. 지난주에 이어 연속 이주간 짜장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