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조용히 나왔던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 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유진이 살던집이 바닷가에 있는 옥탑방이었다. 오래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으로 달동네 비슷한 분위기인데, 그 바로 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그런 묘한 동네였다. 집앞에 바다 오른쪽에 기다란 다리도 하나 뻗어 있는 곳이었다. 영화속에서 부산이라고 나왔는지 암튼 인터넷 지도 사이트를 열어 놓고 부산의 지형을 찾아보니까 영도의 남서쪽 해안이 비슷해 보였다. 영화속에 보이는 다리도 비슷하고 항공사진으로 보기에도 엇비슷한 집들이 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 부산에 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그곳에 들러봤다. 일보는 곳이 부산역 근처라 영도와 가까웠기 때문에 시간도 별로 안걸릴것 같아서 두 시간 정도 일찍 출발해서 들르기로 했다. 부산역 앞에서 508번 버스를 타니 한15분정도만에 목표로 한 백련사 정거장에 도착했다. 근처에 다달았을때부터 약간 오르막을 오르더니 벌써 부터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지기 시작했었다.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와 스레트 지붕의 묘한 조합이다. 부산엔 역시 바다가 많아서 달동네가 아니라 바다동네가 있는것일까?
대전이나 서울에서 보던 산책로는 강가에 있는데 부산에는 바닷가에 산책로가 있다. 이건 차원이 다르네 와 놀라워라
스레트 지붕을 한 판자집같은 집들과 시원한 바다가 어우러진 참으로 이색적인 동네가 아닐 수 없다. 저 정도 경치면 고급 주택가가 들어섰을 법도 한데 부산은저런 곳이 흔하다보니 서민들에게도 저런 경치가 돌아오는가 보다. 인천의 바다와는 사뭇다르다. 역시 부산타령들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저 동네라면 집값이 좀 싸서 내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 보게 된다. 부산은 바닷가가 아니라도 산비탈에 지어진 집들이 워낙 많아서 가정집 중 한 반은 바다가 보이는 위치가 이닐가도 싶다.
부산은 역시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저 계단들을 오르고나니 온 몸에 땀이 쫙 나는게 여름이 벌써 오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아마도 날씨에 맞지 않는 옷 탓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부산행은 두 시간의 짬을 내서 잠시 저곳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정말 허무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들을 보다보니 아이폰 카메라도 그런대로 쓸만하다는 생각이 드네, 지난 겨울 눈밭은 너무 가혹한 조건이었나 싶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아이폰도 괜찮은 화질을 보여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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