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에 쓴 글에 올린 이탈리아 가수 미나(Mina)의 옛노래는 지노 파올리(Gino Paoli)라는 작곡가가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은 그 노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작곡가가 한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그 노래를 올려주신 clio님의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이런 일들을 통해 훗날 지노 파올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기자가 "왜 요즘은 옛날에 나왔던 것 같은 잊혀지지 않는 불멸의 노래들이 만들어지지 않느냐"고 묻자 지노 파올리는 "그런 불멸의 음악들은 그 시기에 발표되는 음악들과는 다른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시기의 기준과는 다른 음악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귀에 익숙하게 들리는 음반들을 만들어 상업적인 성공만을 찾는 현재의 음반 제작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래서 요즘은 그런 좋은 음악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계속해서 지노 파올리는 비록 상업적으로 보았을 때 위험 요소는 있지만 좋은 음악이라면 과감하게 만들어 소개하는 그런 제작자들이 있어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그런 음악들이 만들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대중 음악계의 요즘 모습을 보았을때 분명 일리가 있는 말 같았습니다.
지노 파올리의 말을 들으니, 딱 요즘 우리 가요계가 생각이 난다. 가수가 기획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시대이다보니 기획사의 기획자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게 되었다. 10대를 위한 음반 시장이 그 중 잘 된다고 생각되니까 모두 다 10대 시장에 올인하여 똑같은 음악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과거의 경험상 이런것이 잘 됐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당연할 것이고 그러다 보니 계속 같은 부류의 음악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인간은 어디서든 패턴을 뽑아 내는것을 좋아한다고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 성공의 원인을 나름대로 추론하기 마련인데, 여기서 상당한 오류를 범하기 쉬운것이 인간이다.
행동경제학이나 티핑포인트 같은 인간의 심리 및 행태를 다루는 책에 종종 나오는 귀인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뭐 한마디로 결과로 원인을 판단하고자 할때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는 이야기다.
R&B계열의 노래가 뜨던 때는 모든 가수들이 소를 몰았고, 조폭영화가 하나 뜨고 난 후부터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조폭 생활 한번 쯤은 해보지 않았나 싶다.
요즘 아주 신선한 음악을 접하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다. W & Whale의 노래들이다. 7,8년 전 CD를 박스채 도난당한 후로는 CD를 전혀 사지 않았었는데, 노래들이 너무 좋아서 CD를 사려고 온동네를 뒤지고 다니다가 못사고 결국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품절이라 음반사에서 새로찍고 있으니 기다리란다.
사람들이 그간 얼마나 자기의 입맛에 맞는 음악에 굶주려있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온통 10대들을 위한 음악들 뿐이고 신인 가수들은 모두 떼거리로 몰려나와서 누가 누군지도 알 수가 없는 시절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
30,40대들도 물론 음악을 좋아한다. 그들에게 맞는 음악이 없어서 안사는 것이지 음반자체를 사지 않도록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다. 10대가 20년 지나면 30대 된다. 같은 사람이다. 취향이 달라졌는데 그에 맞는 음악이 없을 뿐이다.
달라도 성공할수 있다. 성공의 원인은 좋기 때문이지 특정한 내용때문이 아니다. 좋은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그 노래가 좋은지, 그 영화가 좋은지 그 자체로 판단할수있는 눈을 키워야지, 익숙한것들을 골라내는 것이 기획자가 하는 일이 아니다.
좀 더 다양한 음악과 영화가 나올수 있는 풍토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성공의 기억을 잊으라는 말은 누가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경영학계에서 들은 말 같다.음악이나 영화 기획자뿐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기획자들에게도 똑 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시장에서 무엇이 잘팔리는지를 보고 기획을 하지 말고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낼 생각을 해야한다. 판매량,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품만을 보고 그 상품의 성공원인을 찾아내려고 한다면 시장엔 언제나 비슷한 상품들 뿐일 것이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기만 하고 더 힘들어 질 뿐이다.
성공의 기억을 잊으라는 말에는 단서가 있는 셈이다. 사람들을 보고 찾아낸 아이디어로 성공했다면 그 과정은
기억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상품의 특성자체는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상품을 보지 말고 사람을 봐야한다.
끝으로, 음악시장에 관한 이야기 하나만 하고 마치겠다. 음반을 사려고 하니까 음반가게들이 다 문닫아버려서 사기가 힘들다. 온라인 사이트는 월단위로 요금을 받는데 따져보면 싸긴 하지만 직접 음반을 살 때의 맛은 없다. 음반에는 가사도 정리되어 있고 가수들 사진도 멋지게 찍어서 들어있는데, 온라인에서는 덜렁 가사와 앨범 표지를 조그맣게 볼 수 있을뿐이다.
벅스 요금을 예로 들면, 40곡에 6000원이라면 가수에게는 한곡에 얼마가 돌아간단 말인가? 앨범을 산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가수를 후원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와 음악 좋다 밀어줄께~ 이런 의도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좀 더 음반사쪽에 큰 몫이 돌아가는 유통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좋은 가수들이 더 많이 나올 것 아닌가?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영화가 나오려면 시장규모가 클 필요가 있다. 그것은 상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특이한 것은 사려는 사람이 적다. 그 적은 수가 지불한 돈으로도 먹고 살수 있어야 그 특이한 상품, 특이한 노래나 영화를 만든 사람이 계속 그런 특이한 것들을 만들 수 있다.
시장규모를 키우려면 시장의 인구를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유통과정에서 그들의 몫이 커지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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