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hat to make - Planning

7:3가르마는 모두 촌스러운가?


남자들의 가르마에 대한 여자들의 반응은 모두 비슷하다.

"7:3가르마야~ 하하하~"

"2:8가르마야~ 호 호 호~"

"저 사람 가르마봐~ 5:5야 ㅎㅎㅎ~"

1:9가르마를 한 사람이나 6:4가르마를 한 사람이 드물어서 그렇지 그사람들도 분명히 조소의 대상이 되었을 것같다. 도대체 어떤 비율의 가르마를 해야 비웃음을 당하지 않는 것인지 여자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는 한 사람의 남자로써 참으로 혼돈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얼마전 문득 그것은 가르마의 비율의 문제가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가르마의 비율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가르마가 전면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비웃는것 같다는 것이다.

아직 여자들에게 다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상황들을 돌이켜볼때 가르마가 선명하게 보일때만 비웃고 가르마가 선명히 보이지 않을때는 가르마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여자들 본인들도 가르마가 보일때만 비웃어준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그렇게 한것이 아닐테니 말이다. 여자들이 하는 화장도 남에게 이쁘게 보여야 겠다는 스스로의 다짐하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라고 당당하게 말할수 있는 것이다.

다만 화장을 하는 잠재의식적인 동기가 그럴 것이다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여기서 여자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말인데, 이런 현상은 남자나 여자 어느 한쪽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공통되는 사항이다. 화장이나 가르마 비웃는 건 예를 들자고 꺼낸말일 뿐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모두 논리적 철학적 분석하에 내 뱉는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르마에 대한 여자들의 반응을 듣는 남자들의 생각을 하다보니, 고객의 요구사항을 듣는 기업의 입장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물론 제대로된 기업의 이야기이다. 그 조차 할 생각이 없는 기업은 영외로 치자. 

고객의 소리를 듣기위해 기업들은 많은 설문지를 돌리고 인터뷰를 하곤한다. 기획부서에서 하기도 하지만 사장이나 임원들도 고객사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거 저런거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될 것이다.

고객과 기업간의 대화에서도 7:3가르마에 대한 여자와 남자들간의 반응처럼 실상 원하는 것은 가르마의 비율이 아니라 가르마가 보이지 않길 바라는 것인데, 기업들은 최적 가르마 비율을 찾기 위해 온갖 신기술을 동원하는 사태를 벌이는 사태가 종종 일어나는 것 같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에 대한 책들에서보도 보면 하드디스크 사이즈가 바뀌면서 일어나는 업계의 세대교체현상에도 그런 기업과 고객간의 의사소통의  문제이야기가 나온다. 고객들은 항상 직접도를 높여달라는 말만 하지 사이즈를 줄여 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기에 사이즈 그대로 두고 집적도만 높였더니, 결국은 집적도 낮은 작은 사이즈의 하드디스크가 나와서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더니 결국엔 시장을 다 차지해서 난 망한다는 그런 시나리오다. 고객의 소리를 듣지 말라는 소제목하에 써있는 글이었다. 

이것은 고객과 기업간의 의사소통의 문제일까? 엄격히 의사소통만으로 놓고 본다면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 고객은 속에 있는 하고싶은 말 했고 기업은 제대로 알아들었으니까

MS가 몇년전부터 개발중이라고 변죽만 울리고 있는 인스턴트 부팅기술도 비슷한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분명히 부팅이 빨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러나 이미 종료메뉴 중에 있는 대기모드라는 기능을 이용하면 끄고 켜는것 모두 몇 초안에 가능하다. 전력소모량도 꺼놨을때나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빨리 켜고 싶은것이지 부팅 그 자체를 빨리 하고 싶은것은 아니라고 본다. 부팅은 모든 프로세서를 처음부터 다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인데, 꼭 그러지 않더라도 컴퓨터를 금방 켜서 쓸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것이 사용자들의 바램이다. 다만 컴퓨터를 새로 켠다는 말을 부팅을 한다는 말로 표현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것 뿐인데, MS입장에서는 그걸 문제 그대로 부팅으로 받아 들인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기술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바늘 허리매어 쓸 수 없듯이 새로 켜면 거칠 과정은 거쳐주어야 컴퓨터가 돌아갈 수 있는 것인 만큼 하드웨어적인 속도의 향상이 필수적일 가능성이 매우 크고 MS에게는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고객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을 알고서 요구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기업이 모른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가르마에 대한 모든 여자들의 반응을 살펴서 그 기저에 깔린 원인을 파악하여 일목요연하게 남자들에게 말해줄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런것은 설문지 돌려서 통계내는 방법으로는 절대 알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설문지의 질문은 기업이 만드는 것인데 기업이 가르마가 단순히 비율의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개념이 없는 한 그런 질문조차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포커스 그룹 인터뷰하면 알 수 있는가? 심층인터뷰하면 알수 있나? 관찰을 하면 알 수 있나? 여럿을 모아놓고 하는 것보다는 개인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심층인터뷰가 낫고 인터뷰만 하는 것보다는 관찰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문화 인류학적 유저리서치의 강점이 부각되는 것이다. 쓸데없는 '정확한' 아니 정확한듯 보이는 수치들로 포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모르던 것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그쪽이다. 우리가 아는 것들에 대한 수치적 증명을 하고 싶거든 그때 설문조사를 해보는 것이다.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숫자만 좋아하는 기업들 때문에 조사업계는 쓰레기같은 숫자들을 뱉어내고 있고 기업들은 수많은 제품개발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물론 기업을 설득할 능력이 없는 조사업체들도 잘못일 것이고, 많이 해본, 그래서 쉬운 통계조사를 선호하고 있는 조사업체도 물론 문제이다

이것은 개별 기업 들의 손해일뿐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볼때도 큰 손해이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헛발질로 낭비할 총알도 충분하지 않으니 더 더욱 신경써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