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복용동 승마장 뒷산이라고 제목을 적었었다가 바꿨다. 복용동이나 승마장이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듯 싶어서 랄까? 사실 승마장의 뒷산이라기 보다는 승마장이 그 산속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산세가 승마장을 감싸고 있는 모양이라서 외부에서는 승마장이고 자시고 뭐가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북한산이나 남한산 같은 요새형 산세다. 그 요새속에 복용승마장과 유성국궁장이 있다.
근래에 다녀온 대전 뒷동산 중에서 가장 특이한 지형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산 이름도 없어서 더욱 신비함을 더한다. 그러나 가보면 별거 없다 --; 영화에 나오는 비밀결사단의 본부가 있을법한 곳에 승마장과 활터가 있다. 어쩌면 승마장은 위장을 위한 것일지도.. 활터는 비밀결사조직에 좀 어울리는 듯도 하기까지?
위장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서인지 내가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낑낑거리며 접근을 해도 아무도 가로막는 사람이 없다. 다만 예전에 인천 길거리에서 보던 소똥처럼 생긴 그러나 말똥일것으로 생각되는 거대한 덩어리 하나 푸짐하게 떨어져 있을뿐이었다. 예전,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한 30년 쯤 전엔 인천 시내에서도 소가 끄는 우마차가 돌아다녔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소똥을 볼 수 있었다. 난데없이 아스팔트 바닥에서 초식동물의 거대한 똥을 보니 예전 생각이 대뜸 떠오른다. 그러 시절에 내가 살았었다는게 새삼신기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나 제법 오래 산것도 같다.
사실 승마장이 대전에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대전에 있는 승마장이니까 그냥 대전 승마장 해도 될껄 굳이 동네 이름을 따사 복용승마장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대전에 승마장이 또 생길것을 대비한 치밀하고 포부가 큰 배려가 아닐 수 없겠다. 가보니 정말 말을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건물에 머리돌을 보니 승마장은 시에서 94년에 만든 것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픈스트리트맵에 등산로지도를 만들어 올렸다. 이 이름없는 산에는 원래 자전거동호인이 그려 놓은 길이 있었다. 갈색점선이 원래 있던 길이고, 회색점선이 내가 오늘 추가한 길이다. 오늘은 네번 정도 오르락내리락 한거 같다. P자 왼쪽의 길은 다리도 아프고 힘도 들고 해서 그냥 지나쳐 오려다가 아쉬운 마음에 자전거를 끌고 산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P자가 써 있는 곳이 승마장인데 그곳에 자전거를 묶어 뒀었기 때문에 걸어서 가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시간도 늦고 체력이 딸려서 그러긴 싫어서 자전거를 끌고 가봤는데 다행히 거리가 짧아서 그리 힘들진 않았다.
오픈스트리트맵의 지도는 아이폰의 MotionX GPS(Lite) 같은 GPS앱들에서 많이 쓰고 있어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산에서 길 잃어 버릴 일은 별로 없겠지만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는 속시원히 알 수 있다. 가끔 이런 작은 산에서도 길을 잃기도 하는데, 죽진 않아도 당황스럽긴 하다.
역시 이 산도 흙산이라 나무가 빼곡이 들어차서 경치를 감상할만한 포인트가 거의 없다. 이산엔 묘들의 위치도 별로 안좋다. 다행히 나무 사이로 겨우 보이는 곳이 있었서 찍었다. 저 앞에 대로 처럼 뻗은 것이 새로 내고 있는 계룡로 우회로이다. 저 길 끝에는 갑천을 건너는 다리도 새로 놨다.
아래는 학하지구인것 같다. 저 앞에 보이는 공사중인 아파트가 학의 뜰인가 그런 이름인것 같다. 과연 언제 공사가 끝날지 걱정된다. 끝날때쯤엔 팔리기나 하려는지..
아래는 지도 오른쪽의 네개의 등산로 입구 중에 맨 왼쪽 등산로의 입구 사진이다.사진을 찍긴 했으나 사진만으로 저길 찾아가긴 매우 힘들것 같고 어차피 GPS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래는 네개의 입구중 두번째 입구의 모습이다. 첫번째로 내려왔던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다. 빙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랄까..
이 승마장 뒷산은 근처 주민들에게는 운동삼아 산책삼아 가기 좋을 것 같다. 수통골도 가깝지만 그 쪽은 높이가 좀 있어서 부담스러울수 있으니 1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이 산이 산책 코스로는 더 좋을 것 같다.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이 산으로 나오기도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뭐 오늘 처음 갔는데 그런 광경을 봤으니 가끔 그러지 않나 싶다. 그러나 말똥은 산에 없었으니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닐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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