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코스도 산을 하나 돌아오는 코스인데, 식장산을 돌아오는 코스로서 옥천을 다녀오는 코스도 된다.
닥치고 지도나!
애초엔 바로 옥천으로 가서 읍내를 구경하고 서대산 입구쪽으로 해서 추부를 거쳐 다시 대전으로 오는 코스를 가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전원주택단지 광고판이 있어서 어떤 곳인가 하고 둘러보러 갔다가 환산이라는 산을 하나 돌아오게 됐다. 사실 돌기만한게 아니라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온 것 같다. 산을 돌아가는 코스를 가다보면 지도상에 나오는 가장 가느다란 하얀색으로 된 도로로 가게 되는데, 콘크리트로 포장된 산길이었다. 지도로 볼땐 등고선을 타고 올라가지도 않을 뿐더러 대청호 상류가 보일듯한 길이라 저지대일것으로 생각하고 갔었다. 그러나 왠걸 점점 길이 산으로 올라가서 결국 자전거를 끌고서 올라갈수 밖에 없었다.
예전 대학때 전국일주때는 몇 미터라도 자전거를 끌고가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어떤일이 있어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고 또 한라산 1100도로에서도 몇 미터 빼고는 정상까지 거의 쉬지도 않고 올라갔었는데, 요즘은 걸핏하면 끌고 다닌다 --;; 그나마 요즘 달리기도 좀 하고 자전거로 장거리도 많이 다녀서 14단 중에 8단으로도 육교의 경사를 오를정도는 되었지만 경사가 급한 산길은 무리다 무리.
아 그전에 가양공원이란 곳에가면 아주 특이한 구조물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인데 콘크리트로 마치 철구조물 만들듯이 만들어 놓은 다른데서 보기 힘든 희한한 다리다. 아래에 사진 나간다.
사실 위 사진은 몇 주전에 대청호를 다녀오던 길에 찍은 건데 그때 블로그에 글을 아예 올리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제야 올린것이다. 아무튼 신기하지 않은가? 콘크리트를 가지고 철골구조 만들듯이 저렇게 빚었다는게? 저 길은 경부고속도로의 예전길인것 같다. 확장할때 아예 새로 길을 낸듯싶다. 항공사진을 보니 고속도로와의 연결점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예전 길이 많이 굽어서 확장하는김에 도로 선형도개선도 같이 한것 같다.
아래는 자전거 끌고 산을 오르다가 물이 보이는 곳에서 찍은 것이다. 대충 봐도 사진찍은 곳이 좀 높아 보이지 않는가? 강건너 산이 만만해 보인다--;;;
모터 보트나 제트스키 같은 것으로 물놀이를 하기도 하는것 같다.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아래 사진 오른쪽에 하얗게 물거품을 일으키며 뭔가 달리는게 보인다. 땀뻘뻘흘리며 자전거 끌고 올라가면서 보니 정말 매우 부러웠다. 여름에 자전거를 타는걸 덥다고 두려워 하는 것들 같은데 달릴땐 전혀 덥지 않다. 신호대기에 걸린다거나 오르막을 끌고 오르는 때에만 더운걸 느낀다.
아! 신기한 일이 하나 있었다. 나비 한마리가 내 앞에서만 계속 알짱거리며 날아가는 거다. 한참을 그래서 폰카를 꺼내 동영상을 찍기시작 한 후에도 한참을 그러다 날아갔다. 내가 따라간건 아니다 난 그냥 가던길을 간것뿐 --;
산길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와서 거이 평지에 다다를 무렵 식당이 하나 나타났다. 그런데 주인아저씨가 나와 눈을 마추치자마자 마실것좀 마시고 가라고 부르신다. 사양을 해도 재차 권하시기에 그냥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자전거를 돌려 잠시 세웠다. 그 식당에서 본 풍경이다. 왼쪽 아래에 있는 물통엔 따뜻한 옥수수차가 들어 있는데 아저씨는 언제든 지나다 들러서 마시라고 하신다. 옥천에 처음 들러보는 내게 옥천 인심이 좋다는 생각을 제대로 심어 주신다.
시원한 물과 따뜻한 차를 모두 대접받고 다시 길을 떠나면서 뒤를 돌아보니 식당이름이 수정식당이다. 혹 찾아가실분을 위해 식당 좌표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색깔도 연두색과 초록이 어루러져 왠지 정겨운 분위기를 내는 곳이어서 사진에 담아봤는데... 역시 느낌이 안살아 --;;
옥천은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라고 어디서 들은듯하다. 옥천역 앞에 저런 시비가 있는걸 보고서야 떠오른 생각이지만 말이다. 과연 내가 그렇게 알고 있기는 한걸까?
점심을 일찍 먹었더니 배가 일찍 고파와서 먹은 아바이순대집에서 파는 시원한 공포의 막국수. 먹어보니 그렇게 무섭진 않다. 먹고나서 시간을 보니 다섯시였다. 느낌엔 3시정도 된듯 했는데 뭐 거의 저녁 먹을 시간이었던 셈.
다시 길을 되돌려 금산쪽으로 갈라지는 곳으로 돌아와 옥천 금산간 도로로 접어 들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도로 노면이 깔끔해지는게 지금까지와는 천지차이였다. 그 이전의 길은 노면이 다 깨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깨끗해지니 지난주에 갔던 이곳에서 멀지 않은 대둔산 가는길이 생각나면서, 이 근처 도로 포장 업체가 기술이 뛰어난가? 아니면 이 동네 공무원이 특별하게 청렴한가? 갖가지 생각이 들었으나 진실은 저 넘어에...
옥천 금산간 도로는 왕복 2차선이지만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 한산한 길인데도 새로 도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 구도로와 연결점이 있는 것으로 봐서 고속도로도 아닌것 같은데, 뭐하러 새로 길을 내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공사기간이 꽤 오래걸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콘크리트 색깔이 신선하지 않고(?) 옹벽에 이미 이끼나 얼룩들이 잔뜩생긴게 몇년은 족히 지난듯한 분위기다.
아래는 터널구간인 듯 한데 아직 진입하는 교량이 없는 상태라 산에 덜렁 구멍만 두개 뚫려 있어서 매우 괴기 스럽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그렇지 아니한가? 기둥은 마치 괴물의 어금니 같고 터널은 눈 같다. 그럼 입은 어디냐?
아래는 내가 예전부터 오르려고 벼르고 있는 서대산이다. 입구까지 자전거로 가서 올라가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었는데 저기 도착한 시간이 거의 6시였다. 하지만 환산을 빙돌고 저녁을 먹지만 않았다면 가능도 할듯. 다만 체력이 문제일뿐!
가기전에 지도를 보니 금산쪽에서 대전으로 넘어오는 터널이 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자전거로 6분이 걸린다고 지도에 나온다. 가보니 과연 길다. 중간에 쉬는 곳도 있고 상하행터널간에 뚫린 비상 통로도 있다. 저런곳에서 사진찍어본 사람 또 있을까? ㅎㅎ
터널안에서 유독 빨리 달리는 건지 그렇게 느껴지는건지 모르겠지만 잠시 서서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니 정말 살떨린다. 조~ 좁은 차선과 벽사이로 달리고 있었다니 흠냐.. 나는 타긴하지만 누구에게 권하고 싶진 않다.
대전시내로 접어 들어 아이스바를 하나 사먹으며 쉬다가 엉덩이도 좀 쉴겸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저런 여관을 발견했다. 심우장! 예전 한용운의 시를 배우던 학창시절 한용운의 집이 심우장이었다는 이야길 들으며 흠짓 여관을 떠올렸던 듯도 싶은데.. 그 감성을 그대로 사업화한 아저씨..인지 아줌마가 있었으니 바로 대전로308번지에 여관을 하시는 그분이셨다.
어제가 입추라 했던가 그렇게 덥더니 밤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불고 오늘도 햇볕은 뜨겁지만 자전거를 달릴때 느껴지는 바람의 온도는 여름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그래서 내내 가을의 기운을 느끼며 달린듯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샤워를 할때 보니 양팔엔 빨간 고무장갑을 낀 듯하고 목과 다리가 온통 빨갛게 익어 있었다. 다행히 얼굴은 아래를 보고 있어서 그런지 별 차이가 없는듯 싶고 몸은 대조적으로 너무 창백해 보여서 좀 태워야 하나 싶을 정도다.
그렇다구 웃통을 벗고 자전거를 탈수도 없고 이번 여름의 흔적은 빨간 고무장갑으로 만족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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